한선교 사무총장. /뉴시스

(이진화 기자) 자유한국당 지도부들의 릴레이 막말을 둘러싼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이틀 터져 나온 정용기 정책위의장, 민경욱 대변인의 막말 논란에 대해 여당 지도부가 날선 비판을 쏟아내는 가운데, 한선교 사무총장의 막말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진화 발언도 속수무책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3일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과 민경욱 대변인이 일으킨 잇따른 막말 논란과 관련해 한국당을 ‘망언 정당’으로 규정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1일 한국당의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북한 김정은이 지도자로서 문재인 대통령보다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민경욱 대변인은 지난 1일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를 놓고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이른바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비난을 샀다.

민주당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 전체가 파상공세를 펼쳤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정용기 정책위의장의 발언을 두고 황교안 대표를 향해 "정 의장의 말은 국가보안법 위반이냐 아니냐"며 "지난날 공안검사로서 수많은 국보법 사건을 처리한 베테랑답게 또렷이 대답해달라. '미스터 국보법'답게 대답해주길 바란다"고 따졌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한국당의 극우 망언이 갈수록 도를 더해간다. 한국당의 말은 국민과 소통을 위한 수단이 아닌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기 위한 흉기가 되고 있다"며 "정치 냉소주의를 만들어 정치혐오를 끌고 가기 위한 불순한 의도"라고 규탄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만약 민 대변인이 국민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공감했다면 이런 주장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민 대변인뿐만 아니라 그동안 한국당은 5·18 망언, 세월호 망언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모두 국민 정서에 공감 못하는 저급한 것들이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설훈 최고위원도 "선거법과 개혁입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철회와 사과 없이 국회 정상화는 어렵다고 고집을 부리는데 사과를 해야 할 사람들은 한국당"이라며 "입에 담기 어려운 수준의 막말로 국민 마음을 해치고 외교기밀 누설로 국익을 훼손하고 국회 정상화와 민생을 외면하는 정당이 한국당"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 파행의 책임이 한국당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조속히 국회 정상화에 협조할 것도 촉구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미 국민 절반 이상은 국회 파행의 책임이 주로 한국당에 있다고 보고 있다. 여야 간 정치적 논란과 갈등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제1야당 혼자 무한정 국정 발목을 잡아서는 정말로 안 된다. 싸우더라도 국회를 열고 민생 현안과 추가경정예산(추경)안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한국당의 막말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우상호 의원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정 정책위의장의 발언에 대해 "굉장히 큰 실수"라며 "아무리 비유적 표현이라고 해도 분단 상황의 대한민국에서는 해서는 안 되는 말씀"이라고 비판했다.

우 의원은 "문 대통령을 공격하는 데 혈안이 돼 북한 지도자를 찬양하는 데까지 이르렀으니 이 당의 정책이 어떻게 가겠느냐"며 "북한 지도자를 찬양하는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당내 의원들의 잇따른 막말에 대한 비판론이 커지자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비공개회의에서 "우리 당이 소위 거친 말 논란에 시달리는 것과 관련해서 안타까움과 우려가 있다"며 "항상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해 심사일언(深思一言), 즉 깊이 생각하고 말하라는 사자성어처럼 발언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국민이 듣기 거북하거나 국민의 마음에서 멀어지는 발언을 한다면 그것은 곧 말실수가 되고, 막말 논란으로 비화된다"며 "문재인 정권과 여당, 여당을 추종하는 정당·단체의 비상식적이고 무례한 언행에 대해 우리 당이 똑같이 응수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저희 당은 사실에 근거한 정당, 사실을 말하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그 과정에 혹시라도 사실을 말씀드리면서 국민에게 심려를 드리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각별히 애쓰겠다"고 답했다.

민경욱 대변인의 막말 논란에 대해서도 "팩트에 근거해서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국민이 염려하거나 우려하는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더욱 유념하겠다"고 구체적 언급은 자제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의원의 막말은 그치지 않았다. 한선교 사무총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 사이를 지나가면서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만"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민주평화당은 한 사무총장의 '걸레질' 발언에 대해 "'입에 XX를 물고 다니냐'는 비하성 속설이 있는데 거기에 딱 들어맞는다"고 지적했다. 김정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고치기 힘든 습관성 고질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런 한국당의 DNA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막말 본성을 청산하지 않고서야 황교안 대표가 백번 유감표명을 해봐야 헛수고"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