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군 공연 관람 보도에서 '숙청설'이 돌았던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사진 우측 붉은 원)이 확인됐다. / 뉴시스

(이진화 기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숙청설이 나돌았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건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연 관람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전날(2일) 군인가족예술소조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하면서 수행원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리만건, 박광호, 리수용 등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급 간부들이 대거 수행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김영철이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4월 김 위원장이 새 국무위원과 찍은 단체 사진의 둘째 줄 중앙에 위치하며 위상을 과시했다.

그러나 그가 당 통일전선부장 자리를 장금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위원에게 내준 것으로 파악되면서 책임론, 숙청론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은 3일 북한 매체의 보도에서 김 위원장의 수행원 중 한 명으로 이름이 호명됐다. 뿐만 아니라 관련 사진에서도 김 위원장과 같은 줄에서 식별된다.

김 부위원장이 ‘혁명화’를 다녀왔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룡해 상임위원장의 경우에도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 행사에 김 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하며 위상을 과시했으나, 그해 연말 혁명화를 받고 이듬해 복권됐다.

김 부위원장이 혁명화를 갔다 왔다고 하더라도 이날 호명된 순서가 당 부위원장 서열을 놓고 볼 때 이전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그의 위상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조선일보는 지난달 31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 부위원장이 숙청 또는 처형됐다고 보도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일부 간부들이 숙청 또는 처형됐는데, 김 부위원장은 자강도에서 '혁명화'(강제 노역 및 사상 교육)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의제 사전 조율 역할을 맡은 김혁철 대미특별대표는 총살당했으며, 김 특별대표와 함께했던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은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 특별대표와 김 실장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총화'에서 자아비판을 강하게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이 처형되거나 수용소로 보내졌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혁철을 처형했다면 그보다 더 큰 책임이 있는 김영철을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직에 유임시키고,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회 위원직과 상임위원회 위원직에 재선출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혁철이 4월에 목격됐다는 정보도 있다. 이러한 정보가 맞다면 그는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본부장은 "김영철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과 관련해 그가 악성종양 제거를 위해 봉화진료소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신뢰할만한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근신'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도, 4월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한 점을 근거로 "몸이 약한 김 제1부부장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정보가 더 설득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김여정, 북한 분위기 나빠 조용히 지내는 것"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3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신변 이상설에 대해 “과로를 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북한 내) 분위기가 나쁜데 조용히 좀 지내는 것이 좋지 않으냐 (해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알고 있기로는 지금 뭐 그렇게 성공한 것도 아닌데 모습을 드러내기도 그렇고, 약간 피로해서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 부부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이자 백두혈통인 만큼 아무 문제가 없다고 저는 그렇게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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