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누구인가

(이진화 기자) "열두살 때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손으로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감사하다“

만화광 소년에서 세계 영화계 거장으로 우뚝 선 봉준호 감독의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소감이다.

봉 감독은 경북 대구 출신으로 연세대 사회학과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어릴 때부터 만화광인 그는 연세대 재학시절 학보 '연세춘추'에 만평을 연재했다.

봉 감독은 2000년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했다. 신인감독답지 않은 치밀한 연출력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이 작품으로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2003년 개봉한 '살인의 추억'으로 스타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1980년대 중반 화성군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관객 500만명을 끌어모으며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를 인정받았다.

2006년 '괴물'로 천만 감독이 됐다. 평범한 가족이 한강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고등학생 때 우연히 한강 다리를 기어오르는 괴생물체를 목격한 후, 영화감독이 되면 꼭 이런 영화를 만들겠다던 꿈을 '괴물'로 실현했다.

'설국열차'(2013)로 할리우드 진출을 꾀했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에서 다룬 한국적 감성과 해학을 덜어냈다. 계급 사회, 빈부격차를 직접적으로 그려내며 세계 어디서든 통할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기생충'도 자본주의 체제의 빈부격차를 다뤘다.

봉 감독 특유의 날카로운 블랙코미디가 돋보이는 풍자극이라는 평을 받았다. 미국 '할리우드 리포터'는 "'기생충'은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다. 2003년 '살인의 추억' 이래 봉 감독의 가장 성숙한,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한 발언이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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