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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기자) 국회가 표류하며 정부가 지난달 25일 제출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심사 착수도 시작하지 못하고 낮잠을 자고 있다. 추경 처리를 위한 5월 임시국회 소집은 사실상 물건너 간 상황이다.

당초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5월 중에 추경 처리를 완료한다는 밑그림을 그려놓은 상태였지만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으로 국회가 공전되며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추경은 타이밍이 생명인 만큼 적시에 국회에서 통과돼야 현장에서 사업 집행이 조속히 이뤄져 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여야4당의 패스트트랙 처리에 반발한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 이후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5월 중 추경 처리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까워진 상황이다.

앞서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호프 회동'을 통해 국회 정상화에 큰 틀의 공감대를 이뤘지만 이어진 실무협상에서 정상화 조건을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 협상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져들었다.

한국당이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사과 및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3당 원내수석부대표 협상 결과에 대해 "어렵다. 접점을 찾아갈 수 있다고 봤는데 멀어진 것 같아서 아쉽다"며 "(국회 정상화는)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오는 29일에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게 된다. 이 기한을 넘기면 각 당이 예결위원들을 새로 구성해야 해 시간이 더 지체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40여일이 넘게 국회에 계류됐던 문재인 정부의 앞선 두 차례 추경의 전철을 이번에도 다시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4월5일 편성한 3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은 45일 만인 5월21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2017년 6월7일 국회에 제출된 11조원 규모 추경 역시 7월22일 본회의 문턱을 넘어 45일이 걸렸다.

게다가 한국당은 재해 추경과 비재해 추경의 분리를 요구하고 있어 국회 정상화가 이뤄지고 심사 일정이 잡힌다고 해도 논의 과정에서 일정이 비틀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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