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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기자) 우리나라 가구의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 1분기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율이 0%대로 떨어진데다 세금과 이자, 연금, 보험 등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비소비지출이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107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95만3900원) 대비 8.3% 증가했다.

비소비지출에는 조세와 이자 비용을 비롯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 경조사비·용돈 등 가구 간 이전 지출, 기부금 등 비영리단체로 이전 지출 등이 들어간다. 이는 상품을 사는 데 쓰지 않고 빠져나간 돈을 뜻한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2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 늘었으나 물가상승률을 차감한 실질 상승률은 0.8%에 불과하다.

다만 비소비지출의 증가폭 자체는 소폭 둔화됐다. 비소비지출 증가율은 지난 2017년 4분기(12.5%) 이래 5개 분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로 불어왔지만 올해 1분기에 와선 다시 한 자릿수로 내려갔다. 증가폭은 둔화됐더라도 규모 자체는 1분기를 기준으로 처음으로 100만원을 넘겼다.

세부 지출 내역을 보면 이자 갚는 데 부담이 가장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은 1년 전보다 17.5% 증가한 11만2400원이었다. 연금(15만3000원)과 사회보험료(15만9000원)로 지출하는 금액도 각각 9.1%, 8.6% 증가했다. 가구 간 이전지출 비용도 30만8200원으로 1년 전보다 8.9% 늘었다.

세금으로 나가는 지출은 전반적으로 줄었다. 소득세, 재산세, 자동차세 등 경상조세에 지출하는 금액이 가구당 20만2600원으로 1년 전보다 0.1% 감소했다. 양도소득세, 부동산취등록세 등 비경상조세 역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 줄어든 1만4200원을 나타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작년에 비해 근로소득을 비롯한 경상소득 증가폭이 둔화되면서 조세 지출 규모가 줄었다"며 "연금이나 사회보험료의 경우 가입자수 증가 추세로 볼 때 꾸준히 상승할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분위별로 하위 20%(1분위 가구)의 비소비지출 금액은 1년 전보다 0.9% 감소한 28만6700원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소득(125만4700원)의 약 22.8% 수준이다. 2분위 가구는 1년 전보다 8.1% 줄어든 56만8500원으로 소득의 2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0%(5분위 가구)의 비소비지출 금액은 5% 증가한 236만3300원으로, 전체 소득(992만5000원) 중에선 약 23.8%를 차지했다. 4분위 가구의 경우 16.8% 증가한 129만5300원으로 전체 소득(586만3100원)의 22%가량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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