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희 기자) 교권존중과 스승공경의 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1년 단 하루의 기념일이 스승의 날이다.

사회도 이날 만큼은 사은(師恩)의 마음을 담아 교사들의 노고를 위로해 왔지만 언젠가부터 스승의 날 자체의 의미가 퇴색해 버렸다. 되레 5월이 가장 마음 불편한 달이라는 자괴감이 터져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존경과 사은은 고사하고 교권침해로 교사들이 신음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사들의 생활지도체계가 붕괴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의 교권침해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수업 방해 사례가 크게 늘면서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마저 흔들리고 있다. 교권존중은 온데간데없이 침해라는 단어만 난무하는 게 요즘 교단의 현실이다. 스승의 날은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는 푸념이 여러 상황을 내포한다.

교사들의 불편한 심기는 최근 한국교총이 발표한 ‘2018년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 실적 보고서’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교권침해상담 사례는 501건으로 전년 508건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2008년 249건과 비교하면 10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18년 발생한 교권침해 중 절반은 학부모에 의한 것이었다. 교사에게 폭언을 하거나 교육청 등 상급기관에 악성 민원을 반복 제기하는 등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243건으로 전체의 48.5%를 차지했다.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도 해마다 늘면서 지난해에는 70건을 기록했는데 ‘수업방해’가 가장 많았다.

스승의 날이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무너지는 날이 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인천 일선 교사들에게도 스승의 날은 그런 존재다. 인천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학생 생활 태도를 지도할 때 속된 말로 ‘꼰대짓 한다’고 하니 지도 자체에 어려움이 있다. 최근에는 한 학부모가 찾아와 교장과 교감에게 불만을 표출하며 욕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하기도 했었다”며 “교권침해가 심하다 보니 명퇴를 결심하는 선배 교사들도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다른 중학교 교사 B씨는 “스승의 날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교사들이 느끼는 스승의 날은 껄끄러운 날로 굳어져 가고 있는 분위기다. 커피 한 잔도 어려운 상황에서 스승의 날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씁쓸해했다.

한편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청원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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