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감만부두에 컨테이너선들이 입항해 있는 모습. /뉴시스

- 수요 위축은 일부 완화됐지만 투자·수출 중심 경기 활력 잃어…특히 반도체 설비투자 반토막

- 하루 평균 수출액 감소폭 확대…건설, 주거부문 부진 지속 될 듯, 동행·선행지수 10개월째 하락

(이진화 기자)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에 대한 경고음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KDI는 13일 2개월 연속 국내 경기가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KDI는 이날 공개한 'KDI 경제동향' 5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요 위축이 일부 완화됐으나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부진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 설비투자는 반토막이 난 상태다.

KDI는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경기 둔화 판단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 4월 전월보다 부정적인 지표가 늘어나 경기 활력이 떨어졌다고 평가하며 올해 처음 '부진'이라는 표현을 꺼낸 이후 두 번째다.

KDI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소매판매액 증가 폭이 확대되면서 소비 둔화 추세가 다소 완만해졌다고 봤다. 그러나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되고 일평균 수출액 감소폭이 확대되면서 투자와 수출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2.4%를 기록하며 1~2월 평균(1.3%)보다는 증가폭이 확대됐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1.6을 기록하며 기준치(100)를 상회했다.

반면 설비투자는 반도체 관련 부분을 중심으로 감소세를 지속했다. 3월 설비투자는 15.5% 감소하며 전월(-26.8%)보다 감소폭이 축소됐으나 의미 있는 개선은 아닌 것으로 KDI는 판단했다.

특히 반도체 설비투자와 관련이 높은 특수산업용 기계는 43.7%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이 지속됐다. 4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액이 전월(-58.5%)과 유사한 -53.6%의 증가율을 보이며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의 부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3월 건설 기성(불변)은 건축과 토목 부문 모두 감소폭이 축소되면서 전월(-12.2%)보다 부진이 다소 완화된 -2.9% 증가율을 보였으나 주택착공(-44.9%)과 건축허가면적(-8.4%)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주거부문의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4월 수출은 -2.0% 증가율을 기록하며 전월(-8.2%)보다 감소폭이 축소됐다. 하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전월(-4.5%)보다 감소폭(-5.8%)이 확대됐다. 3월 수출물량지수는 전월(-3.3%)과 유사한 -3.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KDI는 생산 측면에서 "서비스업 생산이 소폭 증가에 그친 가운데 광공업 생산도 전월에 이어 감소세를 지속했다"고 말했다.

3월 서비스업생산은 전월(-0.4%)보다 높으나 1~2월 평균(1.0%)보다 축소된 0.6%의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이 전월(7.7%)에 이어 9.4%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은 각각 1.6%. 3.3% 감소했다.

KDI는 "3월 서비스업생산은 설 명절 이동의 영향이 사라지며 전월보다는 증가폭이 확대됐으나 1~2월 평균에는 미치지 못하는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3월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 등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며 전월(-1.9%)에 이어 감소(-0.7%)를 기록했다. 제조업 출하는 내수출하(-5.2%→-3.3%)의 감소가 지속되고 수출출하(0.2%→1.0%)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치며 전월(-2.9%)에 이어 -1.5%의 낮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현재 경기상황 지표인 3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각각 0.1포인트 떨어지며 10개월째 동반 하락했다. 두 지표가 10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통계가 작성된 이래 처음이다.

KDI는 금융시장과 관련해 "4월 금융시장은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최근 경기 부진과 관련한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 등이 반영되며 환율이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세계 경제 부문과 관련해서는 "세계경제 둔화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책 불확실성 등 위험요인도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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