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 기자) 통일부가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인도적 지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식량지원은 시급성을 강조한다"며 "인도적 지원 같은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수혜자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지원 품목, 방식, 시기에 대해 관계기관과 검토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속도감 있게 하기 어렵다. 관계기관과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관계기관 협의도 해야 하지만 민간이나 종교계 의견 수렴도 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민간차원의 인도적 지원은 계속 허용하고 필요한 지원을 해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 같은 우리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을 막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북한이 새로운 도발을 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 식량 지원을 무방하다고 여기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만약 한국이 그런 노선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북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최대압박 캠페인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초점은 비핵화에 있다"고 덧붙였다.

VOA는 샌더스 대변인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했다.

한편 인도주의 활동가들과 식량 안전 전문가들이 미국의 '최대압박'이 북한의 식량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의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이 "적절한 시점에 긍정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청와대가 밝혔으나, 북한 핵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한 국제적 대북 재재는 여전히 강력히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석가들은 북한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핵개발과 군사 프로젝트에 막대한 돈을 쓰고 있는 북한 당국에 궁극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의료 및 인도주의 활동가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석유수입 제한이 북한의 농업을 고사시키고 핵심적인 의료지원이 전달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WP는 전했다.

영국 SOIS대학교 헤이즐 스미스 한국학 교수는 "기초적인 자급 농업 이외에 석유 없이 생존할 수 있는 농업 부문은 전세계 단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스미스 교수는 관개작업, 작물 및 식량 운송, 전력 생산, 저장 시설 운영에 필요한 석유와 천연가스가 있어야 북한 주민들이 먹고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엔과 세계식량계획(WFP)이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다음 수확때까지 북한 주민 1000만명 이상이 충분한 식량을 공급받지 못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곡물 수확은 가뭄, 고온, 홍수로 인해 최근 10년 사이 최저수준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또 "연료와 비료 및 영농장비 부품 등 자재 공급 부족이 심각하게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으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WFP는 "농업 생산에 필요한 특정 품목의 수입 제한"으로 인해 "제재가 의도치 않게 농업에 영향을 미쳤다"고 적시했다.

스미스 교수는 수십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1990년대의 식량난이 재연할 것이라는 징후는 없으나 커다란 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북한이 주민을 먹여 살릴 책임이 있다는 점 때문에 유엔이나 국제사회가 "정부 잘못에 보복하기 위해 주민들을 굶기는" 정도까지 제재를 밀어부칠 법적, 도덕적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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