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19년 3월 국제수지(잠정)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진화 기자)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6년9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감소했다. 3월 경상수지도 48억2000만달러 흑자로 전년동월수준(51억달러)보다 축소됐다.

이는 반도체 경기 둔화와 중국 경제 부진으로 수출이 큰 폭 줄었기 때문이다. 4월에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19년 3월 및 1/4분기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1분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12억5000만달러로 지난 2012년 2분기(109억4000만달러 흑자) 이후 6년9개월(27분기)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든 것은 서비스수지 적자가 개선됐음에도 수출 부진으로 상품수지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1분기 상품수지 흑자규모는 196억1000만달러로 지난 2014년 1분기(170억6000만달러) 이후 5년(20분기)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나타냈다. 3월 상품수지도 지난해 같은달 94억1000만달러 흑자에서 84억7000만달러 흑자로 큰 폭 축소됐다.

수출입은 동반 부진세를 나타냈다. 1분기 수출(1375억달러)은 전년동월대비 8.4% 감소하며 지난 2016년3분기(-3.9%) 이후 2년6개월(10분기) 만에 처음으로 감소 전환했다.수출 둔화의 영향으로 기계 수입 등이 줄어들면서 1분기 수입(1178억9000만달러)도 전년동월대비 7.6% 줄었다.

상품수지가 흑자를 지속했으나 수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수입마저 감소해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 양상은 뚜렷해진 셈이다. 3월 수출도 479억3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9.4% 줄었고, 수입은 394억7000만달러로 9.2% 감소했다.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넉달째, 수입은 1월부터 석달째 감소세를 지속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 경기가 둔화한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본격화, 중국 경제 부진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말부터 수출이 둔화하며 상품수지 흑자폭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서비스수지는 지식재산권 사용료 지급이 이례적으로 악화된 3월을 제외하고는 개선세"라고 설명했다.

수출 부진 장기화로 4월 경상수지 적자 전환 가능성은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통관기준 수출은 488억6000만달러(잠정치)로 전년동월대비 2.0% 감소하며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면 수입은 447억4000만달러로 2.4% 증가에 그쳤다. 이에 무역흑자 규모는 41억2000만달러로 전년동월수준(61억6000만달러)에 비해 큰 폭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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