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택 국장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위해 고농축 우라늄 생산과 관련하여 미국의 본격적인 이란의 경제봉쇄로 5월3일부터 이란석유수입국 7개 국가에 예외 없이 석유수입을 금지시켜 중국다음으로 이란 산 수입비중이 큰 우리나라의 석유수급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란산 석유는 나프타가 많이 함유된 초 경질유이기 때문에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해외통신에 따르면 이란산 석유를 석유화학산업비중이 큰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38만7000배럴을 수입한다. 이란산 수입금지 국가는 중국(1일/61만배럴) 다음이 인도와 일본, 터키 순이다. 이밖에 미국의 경제 제재로 지난 5월1일 현재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쿠데타로 현 마두로 대통령이 축출 위기에 놓인 것도 중동 정세에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이란산 석유는 국내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나프타 함유율’이 다른 산유국 석유보다 훨씬 높다. 단순히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연료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 보다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 등 부산물을 이용해 올리는 수익이 훨씬 많다. 나프타는 원유를 1차 정제할 때 나오는 물질로, 이를 다시 정제하면 에틸렌·프로필렌·부타티엔·BTX 등이 나온다. 이것이 옷·신발·자동차부품과 각종 소모성 자재를 만드는 재료가 된다.

한국석유협회 자료에 따르면, 100달러가 안 되는 나프타 80kg을 가공해 셔츠·모포·타이어·페인트 등을 만들 때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9000달러 정도라고 한다. 반도체·자동차·조선만큼이나 한국 국내총생산에 기여하는 석유화학 수출품의 절대다수가 주로 나프타를 활용한 화학제품이다. 한국 업체들이 수입하는 이란 산 석유는 이런 석유화학 가공품을 만들기에 적합한 초경질유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봉쇄에 반발하여 전 세계의 원유물동량의 약 20%를 운송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나섰다. 1980년대 이란과 이라크 전쟁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 유조선을 공격한바 있고, 88년에는 기뢰를 부설, 걸프 때는 또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 카타르에 주둔한 미 중부 사령부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군사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이란은 북한과 핵개발에 대해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을 떠받치고 있는 혁명수비대를 미국이 국제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공조를 경계하고 있다. 원유수입의 80%를 중동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대부분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 한다. 미국은 이미 6개월 전에 한국, 중국, 일본 등지의 7개 국가들에게 이란원유수입 유예기간 만료 시한인 5월3일부터 전면금지했다. 그러나 국내 정유사의 원유수입의 다변화 대책은 미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정부는 한시적 유류 세 15%에서 5월6일부터 7%로 조정하여 L당 65원이 오르게 됐다. 또한 지난 4월25일 발표한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성장지표는 –0.3%성장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국내유가와 함께 전기에너지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단적인 예로, 한국전력은 지난 3월 1조 7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으로 2년간 총13조원을 영업 손실을 보전하여 결국 국가가 공적자금을 지원할 경우 국민들의 혈세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우리나라의 원유수입은 대부분 중동 산유국에 의존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한미동맹은 확고하다고 하지만, 친북, 친중 노선을 걷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미국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특히 중국에 대한 미국의 다각적인 제재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북한 핵 문제, 인권문제 해결에 중국이 협조하지 않아 비롯된 근본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

이란의 NPT탈퇴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대응하기 위해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선두에 나서고 있다. 이란이 북한과 더불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그냥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란이 극단적인 행동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동석유 수출기구인 OPEC에서도 감산을 예고한바 있어, 국내 석유관련 제품의 가격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제재와 함께 이란과 북한이 동반 제재를 받고 있는데, 한국이 제재대상에 끼어드는 외교정책은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1~2월 두 달간의 이란 산 원유 수입량은 1039만 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90만 배럴의 61%로 줄이고, 나프타 수입을 종전 8:2에서 5:5로 늘릴 계획이지만, 원가상승요인이 국내 석유화학제품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얼마나 빨리 대처하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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