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북부소방서 임동119안전센터장 송재빈

노래연습장 비상구 추락 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22일 충북 충주시 상가 건물 노래방 2층 비상 탈출용 문이 열리면서 5명이 3m 아래 인도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2명은 머리 등을 다쳐 의식 불명 상태고 나머지 3명은 경상을 입었다. 건물 밖 허공과 연결된 비상구였지만 안전장치는 없었다.

비슷한 사고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7년 강원 춘천시의 건물 2층 노래방에서 50대 남성(사망). 같은 해 5월 충남 논산시의 한 건물 5층에서 비상구를 통해 시각장애인(사망), 2016년 부산 20대 여성(골절상), 2015년 경기 안산시의 건물 4층 비상구에서도 20대 남성 2명이 떨어져 1명이 숨지고 1명은 크게 다쳤다.

비상구 추락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다중이용업소법’을 개정해 2017년 12월 26일 이후 영업하는 노래방 등 다중이용업소의 4층 이하 비상구에는 추락 방지 안전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했다.

이번 사고가 난 노래방처럼 비상구 바깥이 허공인 경우에는 1.2m 높이 이상의 쇠사슬 또는 안전로프 등을 가로로 설치해 추락 방지를 위한 난간을 만들어야 한다.

또 문을 개방하면 경보음이 울리도록 경보음 발생장치를 설치하고 추락 위험을 알리는 표지를 부착해야 한다. 하지만 이 법률은 2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올해 12월 25일까지 설치하면 된다. 이번에 사고가 난 노래연습장 비상구에는 추락 경고 표지판만 부착돼 있었다.

법률에 유예기간을 두는 것은 어떤 일에 직접 관계가 있거나 관계한 사람 그 밖의 소송 관계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법률이 일정한 기간을 두는 것을 말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법률에 유예기간을 일괄적으로 적용을 해야 하는지 정부 당국에서는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유예기간으로 인해 비상구 위험성을 방치하면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추락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업주들이 유예기간 중이더라도 자발적으로 안전대책을 더 강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다중이용업소의 종류만큼이나 영업 형태와 시간도 다양하다. 365일 쉬지 않고 영업하는 곳, 밤에만 영업하는 업소, 정신을 잃을 정도로 분위기에 취해 있는 곳, 관계자만 출입할 수 있는 장소 등 일반적인 소방안전관리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 만큼 사고 위험과 인명피해 우려로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다. 일반 건물보다 유지관리가 더 필요하고 관계자에게 무거운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다중이용업소법이다.

아주 긴급하고 절박해서 비상구로 탈출했는데 거기가 낭떠러지라면 어떨까, 비상구란 주된 출입구외에 화재 발생 등 비상시 내부로부터 옥상, 계단, 발코니 등 좀 더 안전한 곳으로 피난할 수 있는 출입구를 말한다.

벽을 뚫어 없는 비상구 만드니, 추락사고가 발생하고, 그래서 난간과 쇠사슬을 설치하고, 이런 복잡한 절차 필요 없이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건물에 피난 계단이 설치된 건물이 아니면 다중이용업소의 영업자체를 허가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가 말처럼 간단치 않다. 그래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면서 안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은 성공한 근대가 초래한 딜레마"라고 선언한다. 산업사회가 발전할수록 인간생활이 풍요로워질수록 위험 요소도 따라서 증가한다는 것이다. 위험의 크기는 고도화된 사회에서 오히려 더 커진다.

선진화된 사회일수록 대형 사고와 대형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위험의 원인은 분명하지만 해결책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다가오는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질서의식과 윤리 도덕을 갖추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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