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최근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범죄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 양상이나 수법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정신질환에 의한 방화·살인사건까지 속출한다. 지난 4월17일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은 평범한 소시민들의 일상조차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피의자 안모씨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계단으로 대피하는 주민을 무차별 공격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흉기를 마구 휘둘러 11명의 사상자를 냈다.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귀를 의심케 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지난달 28일 전남 광주에서 12살짜리 여중생이 30대의 의붓아버지에게 살해·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충격인 것은 친아버지에게 가 있던 딸을 불러내 살해했고, 친어머니까지 가담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낳고 한때 키웠던 자식을 태연히 살해한 인면수심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의붓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받은 사실을 호소했다가 보복을 당한 것이라고 한다.12살이면 그저 구김살 없이 꿈을 키워야 할 나이이다.

가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자 공동체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잣대이다. 가정은 자라나는 어린이·청소년들에게 모든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안전지대가 돼야 한다. 가족 가운데서도 부모는 자녀의 안전과 양육을 책임지고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이 사건이 끔찍하고 절망스러운 것은 어린학생이 그 가정과 부모로부터 학대받고 살해됐다는 것이다. 그것도 우발적 동기가 아니라 계획적으로 말이다.

바로 이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끼어 있는 가정의 달이다. 자식을 사랑하고 부모를 공경하는 도리이기 이전에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일련의 사건은 우리사회가 그 본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본다. 며칠 전에는 부산에서 조현병을 앓는 50대가 자신을 돌보러 온 친누나를 살해한 사건이 또 일어났다.

우리나라의 강력사건 중 친족대상 범죄율이 높다고 한다. 전체 살인사건 중 존속대상이 6% 안팎으로 선진국의 1~3%를 훨씬 웃돈다는 것이다. 이 가정해체의 적신호를 엄중하게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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