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 /뉴시스
문무일 검찰총장. /뉴시스

(박진우 기자) 조응천·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문무일 검찰총장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자 청와대가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2일 알려졌다.

더구나 문 총장이 해외 출장 일정까지 취소하며 4일 귀국, 사퇴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어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문 총장은 전날 수사권조정안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 총장은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또 "특정한 기관(경찰)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며 "올바른 형사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런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 총장의 발언에 대해 경찰은 "검찰은 언제든지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면서 문 총장을 정면 비판했다.

경찰청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 법안은 검사의 경찰 수사에 대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통제 방안을 강화했다"며 "개정안은 경찰의 수사 진행단계와 종결 사건에 대한 촘촘한 통제 장치를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현재 수사권 조정안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전제하고 있다"며 "검사는 영장청구를 통해 언제든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만큼 경찰 수사권 비대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한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총장이 패스트트랙에 반발한 것과 관련 "문 총장은 극도로 발언을 자제하고 최대한 수위를 낮췄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두 번이나 썼다"며 "패스트트랙 폭거가 얼마나 반(反)민주주의적인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문 총장은 문 대통령이 임명했다. 사실상 항명으로 비출 수 있는 공개 반발이다"라며 "문재인 정권과 여당의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가 얼마나 내부적으로 논란이 많은지 입증한다. 문 대통령은 일말의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을 공개 반대한 문 총장에 대해 "개념 없는 언행으로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하는 검찰 권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해당 법안은 지난해 6월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따른 것"이라며 "법무장관의 지휘를 받는 검찰총장의 이런 행동은 사실상 항명"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이번 발언에 그치지 않고 조직적 반발을 계속한다면 정부는 이를 엄히 문책하고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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