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후유증'에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을 선언하는 등 국회가 '올스톱'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앞으로 330일 동안 상임위와 법사위, 본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다 내년 총선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아 각 당 공천 작업까지 본격화되면 20대 국회가 사실상 제 몫을 하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뉴시스

(이진화 기자) 20대 국회는 사실상 끝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편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태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에서 양측이 치유할 수 없을 정도의 깊은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국회는 이미 '빠루(노루발못뽑이의 일본말)'와 망치까지 동원된 동물국회로 전락했고 고소·고발전과 막말로 점철된 사생결단으로 루비콘강을 건너버린 형국이다.

한국당은 지난달 29일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대여(對與)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때 이후 15년만의 천막당사와 전국 순회 장외투쟁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원천무효라고 목놓아 외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따지고 싶다"면서 "헌법수호 투쟁은 결코 멈추지 않아야 한다. 국회에서 광장에서 결사항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의 상황이 이처럼 강경한데다 민주당은 지난 26일과 29일 1·2차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총 29명(중복고발 제외)의 한국당 의원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한국당의 국회 점거 사태를 놓고 국회법 위반 혐의와 특수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고발장을 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국회 점거 사태를 "유야무야 끝내지 않고 끝까지 간다"는 방침이다. "내일부터라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만나 국회를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시킬 수 있게 노력하겠다" 홍 원내대표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새벽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선진화법이 만들어지고 지난 7년간 이번과 같은 무질서하고 불법적인 사태가 일어난 적이 없다. 이 문제만큼은 분명하게 선진화법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맞서 한국당도 지난 27일 한국당 의원 및 보좌진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며 홍 원내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 등 17명을 공동상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맞고발했다. 나 원내대표 역시 "폭력사태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에 책임을 묻겠다"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국회법상 국회 회의 방해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무겁다. 특히 5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5년간,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으면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치명상을 입는다.

설령 여야 합의로 취하하더라도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일단 고발된 사건은 수사가 계속된다. 여야의 극적인 화해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그래서다.

결국 개회식도 열지 못한 채 '빈손 국회'로 남아버린 4월 임시국회가 5월에도 헛바퀴만 돌 것이 뻔한 상황이다. 지금으로서는 국회 정상화의 계기로 작용할 어떤 호재도 찾아보기 힘들어서 극한대치 상태는 수개월 이상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는 5월8일 민주당의 새 원내대표 선거를 계기로 여야 대화 재개의 단초가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는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입법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국회정상화가 시급한 만큼 대야(對野) 협상창구의 교체를 분위기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당 입장에서도 장기간 장외투쟁을 지속하는 것은 민생을 내팽겨쳤다는 역풍을 불러올 수 있고 회군의 명분을 찾기도 더 어려워진다.

그러나 설령 한국당이 국회에 복귀하더라도 말 그대로의 정상화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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