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우리나라에 셀프서비스가 도입된 것은 벌써 30년이 넘는다. 패스트푸드점이나 간이주점 등 일반 소매점을 비롯해 고속도로 휴게소의 식당 등에서 일반화 됐다. 한때 셀프호프가 유행하기도 했다.

그 무렵 셀프주유소가 첫선을 보였다. 하지만 셀프업종이 처음 도입됐을 때 쉽게 정착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대다수 국민의 의식 속에 수직적 문화가 뿌리 깊이 각인돼 있던 탓에 셀프서비스는 쉽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러다가 국민의식이 변화하고 어느 업종을 막론하고 인건비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셀프서비스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최저시급의 가파른 상승은 셀프서비스 문화 정착에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처음 도입 당시 실패했던 업종도 이제는 셀프서비스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 업종의 경우 상상을 초월한 수준으로 빠르게 셀프서비스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최근 수년간 가장 빠르게 셀프서비스 문화가 정착된 업종이 주유소이다. 하나둘씩 생겨가던 셀프주유소는 아주 빠른 속도로 확산돼 이제는 대세가 됐다. 셀프서비스가 아닌 주유소를 찾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셀프주유소 정착 초기이던 2~3년 전에 그 인기가 아주 높았다. 주유원을 두고 주유서비스를 하는 주유소와 비교해 셀프주유소의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셀프서비스를 하는 대가는 확실히 소비자에게 돌아왔다.

셀프주유소가 인기몰이를 하는 가운데 이제는 상황이 반전돼 셀프서비스가 아닌 주유소보다 셀프주유소가 더 많아졌다. 특히 도시지역의 경우, 셀프주유소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문제는 셀프서비스가 일반화 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초기 도입단계에서는 당연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왔던 서비스 요금이 이제는 더 이상 소비자의 몫이 아닌 지경에 이르렀다.

정착 초기 단계에는 확연한 가격 차이가 발생했지만 이제는 셀프주유소와 주유원 서비스 주유소의 가격 차이가 사실상 없어졌다. 미미한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수준이 됐다.

이는 서비스를 스스로 해결하며 챙겼던 소비자의 몫이 시나브로 주유소 점주의 몫으로 돌아갔음을 의미한다. 누가 주유 서비스를 하던 가격은 같아졌으니 주유원 인건비가 고스란히 점주 몫이 된 것이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불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주유소 대부분이 셀프서비스로 전환돼 선택의 여지가 좁아든 상태에서 가격은 같은 수준이 됐으니 가격은 가격대로 지불하고 서비스는 스스로 해결하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고객은 서비스를 스스로 해결하며 그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됐고. 시장에서의 고용은 크게 줄어들게 됐으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서비스를 직접 해결했다면 당연히 그 몫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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