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뉴시스

고령세대 생산활동 성장 하락 완충

젊은세대 부양 부담도 감소 가능

정년제 폐지 등 유연 시스템 필요

정년제도 더 이상 유효한 역할 못해

잉여인구로 보는 기존 시각 바꿔야

교육체계 기대수명 80세에 맞춰야

(송승화 기자) 한국의 고령화가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돼 시급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재준 선임연구위원은 18일 발간한 '고령화사회, 경제성장 전망과 대응방향' 정책포럼 자료에서 "고령화의 속도와 기간을 고려할 때 향후 우리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충격은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선진국에 비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생산가능인구보다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방향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생산가능인구의 절대 규모가 낮아 이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져도 총량 수준의 노동 공급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참가율이 G7국가 평균 수준에 도달하는 경우를 가정해보면 2031~2040년과 2041~2050년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각각 0.9%, 0.6%로 전망된다. 이는 고용 수준이 2017년 한국 수준에서 고정될 경우보다 모두 0.4%포인트씩 낮은 수준이다.

특히 출산율 제고 정책이나 여성·청년의 대체노동력 공급을 늘리는 등의 정책은 현재 진행 중인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형적인 고령화 대응책 중 하나로 거론되는 출산율 정책의 경우 장래 출생한 아이들이 충분한 인적자본을 갖춘 핵심 근로계층에 도달하기까지 대략 30년이 소요된다는 점에 현재의 급박한 고령화 상황에 대응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이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그러면서 65세 이상 고령층이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면 장기적인 성장 추세를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고령세대의 경제활동 참가는 경제성장률 하락을 완충하는 동시에 고령 인구의 부양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어 고령화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안"이라며 "은퇴 시기로 진입하는 고령세대가 생산활동에 자발적으로 참가해 노동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년제를 폐지하거나 근로 능력과 의사에 따라 은퇴 여부를 결정하는 유연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정한 나이를 고령의 기준으로 삼아 노동시장에서 퇴출하는 정년 제도는 더 이상 사회경제적 발전에 유효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낡은 제도라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추가적인 근로 여력이 있는 고학력 고령 근로자의 노동 시장 참여 기회를 배제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인력 활용 방식"이라고 봤다.

또 고령자를 단순한 부양 대상이나 잉여인구로 보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애 단계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건강 상태가 개선되고 기대수명이 연장되는 긍정적 요인을 활용해 고령층이 사회·경제적으로 생산적 기여를 지속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교육 체계는 기대수명이 80세인 현재의 여건에 맞게 변모해야 한다"며 "중·장년 이후 경력 전환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직업훈련체계와 평생교육체계를 결합해 새로운 평생 교육·훈련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서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