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4월 기준금리를 연 1.75%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에 대해 합의했다./뉴시스

1분기 수출과 투자 예상보다 부진

소비자물가도 0%대서 벗어날 것

아직 금리 내릴 정도 상황 아니다

하반기엔 성장세 회복 될 것 전망

반도체 부진 일시적인 조정 국면

일부 우려 디플레이션 가능성 낮아

(이진화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둔화 우려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적절한 논리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상황이 아니라는 종전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연 1.75%의 기준금리 동결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그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p 낮춘 것은 1분기 수출과 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점을 반영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잠재 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고 소비자물가도 0%대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성장률을 낮추긴 했으나 금리인하까지 갈 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0.1%p 낮춘 2.5%로 제시했다.

아울러 정부가 추경에 나서면 한은도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일각의 논리에 대해서도 "지금의 통화정책 기조가 우리 실물 경제를 제약하지 않는 완화적인 수준으로 보기 때문에 정부가 추경을 하니까 중앙은행도 따라가야 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잘라 말했다.

수출과 투자 부진이 완화되면서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그는 "그간 반도체 부진 상황이 일시적인 조정 국면으로 보고 있다"며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살아나면서 반도체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게 다수 기관의 견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4%에서 1.1%로 하향 조정한 것에 대해서도 석유류 가격 하락 등 일시적인 공급 요인과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며 차츰 1%대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우려하는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도 낮다고 덧붙였다.

이번 성장률 전망에는 현재 논의 중인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한 효과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이 총재는 전했다. 정확한 규모와 편성 시기 등이 정해져야 성장에 미치는 효과를 반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추경이 어느 쪽에 쓰이느냐에 따라 성장과 물가에 미칠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7월 전망치 조정시 그 효과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시그널을 내비치진 않았다. 이 총재는 "무역분쟁 전개 양상과 반도체 경기 회복 상황이 악화되면 하방리스크가 될 수 있고, 추경이 확장되거나 무역협상이 원활히 타결되면 상방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며 "불확실성의 전개 방향, 성장과 물가 흐름이 그대로 갈지 지켜보면서 정책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논쟁이 불붙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고 가까운 시일 내에 추진할 계획도 없다"며 "기대효과도 있지만 부작용도 많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하고, 지금은 리디노미네이션보다 경제 활력과 생산성 제고에 집중할 일이 훨씬 많고 중요한 때"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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