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7일 오전 제주도청 3층 기자실에서 국내 1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외국인한정진료 조건부 개설허가’ 취소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진화 기자)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은 제주 국제녹지병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개설을 미루다 허가가 취소됐다. 지난해 12월 5일 허가를 받은 지 4개월여 만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7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의료기관인 녹지국제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의 청문조서와 청문주재자 의견서를 검토한 결과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개설허가'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녹지병원 측이 정당한 사유 없이 현행 의료법에서 정한 3개월의 기한을 넘겨서도 개원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개원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도 없었다고 판단하고 의료법 제64조에 따라 조건부 개설허가를 취소키로 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원 지사는 “지난해 12월 5일 조건부 허가 이후 도는 개원에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얼마든지 협의해 나가자고 녹지 측에 수차례 제안했다”며 “하지만 녹지 측은 이러한 제한을 거부하다가 기한이 임박해서야 개원 시한 연장을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인 개원 준비 노력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요청은 그간 보여 온 태도와 모순된 행위로서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애초 녹지병원은 개원에 필요한 의료진을 모두 채용했다고 밝혔지만 청문 과정에서 의료진 채용이나 결원에 대한 신규 채용 노력을 증빙할 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며 취소 처분의 이유를 전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제주도는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을 실시하고 녹지병원 측의 의견을 들었다. 병원 측은 청문과정에서 "사업초안 검토당시부터 보건복지부장관의 사업계획서 승인, 숙의형 공론조사 과정에 이르기까지 내국인도 진료할 수 있는 외국의료기관을 전제로 개설허가가 진행됐다"는 주장을 펴며 "시간을 주면 문을 열고 진료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원 지사는 “공론화 위원회의 불허 권고에도 외국인진료 조건부 개설허가 결정을 내린 것은 침체된 국가 경제 활성화와 새로운 의료관광산업 육성, 행정에 대한 신뢰 확보, 한·중 국제관계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라며 “그럼에도 녹지 측이 개원에 관한 의료법을 위반한 이상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다만 법적인 문제와는 별도로 의료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제주도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헬스케어타운이 제대로 된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상화 방안을 찾기 위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및 녹지 측과 지속해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녹지 측은 제주도의 이번 허가 취소와 관련 지난 3월 청문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이 붙어 불복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개원이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녹지제주는 “개원 지연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고 진료 대상을 외국인으로 한정한 조건부 허가는 한·중자유무역협정으로 보호받고 있는 ‘투자자의 정당한 기대’를 저버렸다 “고 반박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향후 대안을 마련하자는 제주도의회의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원 지사는 “제주도와 보건복지부, JDC, 녹지그룹이 취소처분 이후의 과정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다만 청와대를 비롯한 집권 여당의 뒷받침 없이는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했다.

녹지병원에 채용된 직원들의 거취와 관련해선 “녹지병원과 관련한 후속 조치와 대안에 대해서는 차차 협의해 나가야할 사항”이라며 “어느 한 기관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이날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았던 첫 영리병원의 허가를 취소하면서 녹지국제병원이 허가 직후 제주도에 제기한 외국인만 진료를 허가 하는 조건부 허가 행정소송 등이 어떤 결론을 이를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행정소송에서 제주도가 패소할 경우 청문을 통해 취소된 허가가 무효화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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