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대입제도와 관련해 어떠한 개편안이 발표돼도 온 나라가 아수라장이 된다. 세상에 이런 나라는 없다. 대입방식에 온 국민이 나서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것은 국민 대다수가 대학졸업장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좌우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 생각의 차원을 넘어서 신념이라 할 수 있겠다. 신념은 아주 깊이 박혀 있어 바뀌기 어려운 생각이다.

지금의 고교 1학년생에게 해당되는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이 발표되자 전국이 또 들끓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논란의 중심에 나선 것은 제도의 이해당사자인 대학들이다. 수시를 목표로 했던 학생과 학부모가 반발에 나설 차례이다.

정시의 비중을 30%로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번 개편안이 발표되자 지방대학들이 일제히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미 수시비중을 90% 이상까지 끌어올려 거기에 맞춰 학생 모집에 나서고 있는 대학들은 정시 30% 확대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일 수밖에 없다.

수시란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는 이해가 부족했고, 그만큼 전체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했다. 그러나 이제는 정시를 크게 뛰어넘어 대부분의 대학이 학생 모집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제도이다. 특히 지방대학은 수시 비중이 절대적이다.

수년의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수시 제도의 허점이 보완돼 정착돼가는 단계였다. 처음에는 제도를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해 하던 학생이나 부모들도 이제는 수시제도를 이해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수시는 복잡하긴 하지만 그 원리만 이해하면 다양하게 대입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러던 중 새정부 들어 대입제도와 관련한 공청회를 벌이던 중 수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시를 확대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결국은 정부가 대학교육협의회에 정시비중을 30%로 확대하라는 권고안을 전달했다.

예상대로 정시비중을 끌어올리니 지방대가 반발하고, 수시 확대 찬성론자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시확대가 결국 서울수도권 학생들과 재수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극상위권 수험생이 아니라면 정시보다는 수시를 통해 대입관문을 공략하는 것이 몇 곱절 유리하다. 그러나 수시는 정시에 비해 다소 복잡한 준비과정을 거쳐야 하고 부모나 주변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어야 하는 특성이 있다.

문제는 수시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부모들의 편견이다. 국영수 세 과목의 성적을 가지고 진학할 대학을 결정짓고, 사람의 인생도 거기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근대적 사고가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수시를 주저앉히고 말았다.

그래서 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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