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시상식에서 한국배구연맹 조원태 총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 회장 연임안 부결 때 예고

경영권 흔들리는 사태 없을 것

IATA 총회 후 공식화 될 듯

조원태 사장 15년 경영수업

리더십·역량 본격 시험대에

부정 편입학 의혹은 걸림돌

(박진우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에서 폐질환으로 별세함에 따라 한진그룹은 경영체제에 관심이 쏠린다.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3세 경영 체제'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달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됨에 따라, 대한항공조원태 사장 중심 체제로 전환이 예고됐던 만큼 경영권이 흔들리거나 하는 사태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조 사장은 오는 6월 서울에서 열릴 항공업계의 UN회의라고 불리는 IATA 연차 총회에서 조 회장이 주관사 자격으로 맡았던 IATA 총회 의장직을 조 사장이 이어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한진그룹의 조원태 체제가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조 회장도 부친이자 그룹 창립자인 조중훈 회장이 2002년 세상을 떠난 다음 해 2대 회장직에 오른 바 있다.

조 사장은 지난 2016년 3월 대한항공 대표이사로 선임되고, 2017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3월23일엔 사내이사로 선임돼 2021년까지 임기가 남아있다. 조 사장은 한진가에선 유일하게 대한항공 이사진에 몸담고 있다.

조 사장은 대한항공에서 15년 여간 경영수업을 받아왔으며, 대표이사 선임 이후엔 대외 공식활동에 리더로서 경영 전면에 나서 왔다.

조 회장의 별세로 조 사장의 리더십과 역량은 더욱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그는 올해 들어 '직원만족경영'과 소통을 내세우면서 '땅콩회황' 이후 잇따른 오너 리스크 사태로 침체된 대한항공의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신년사를 통해서도 “대한항공이 지난 50년 동안 결코 쉽지 않은 도전과 성취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건 그 길을 함께 걸어주신 수많은 분들 덕분이다. 이제 회사는 우리 임직원에게 보답한다는 자세로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고자 한다"면서 무엇보다 직원들의 감정에 호소했다.

또 꾸준한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통해 국가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한편, 대한항공만의 강점을 살린 사회공헌활동과 우리 문화 알리기 활동을 통해 국가 브랜드 향상에서 힘을 보탤 것이라는 의지도 나타냈다.

다만 조 사장도 한진그룹 일가를 둘러싼 의혹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그는 '인하대 부정 편입학과 졸업 의혹'을 받고 있고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조 사장이 부정한 방법으로 인하대에 편입했다며 졸업 취소를 명령했지만 하지만 인하대는 교육부 명령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조 회장이 보유하고 있었던 한진그룹 지분 처리가 어떻게 이뤄질 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 회장의 유언장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 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한진칼에 대한 지분 17.84%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수 관계인을 포함할 경우 28.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어 KCGI가 13.47%로 2대 주주다.

대한항공의 경우 조 회장과 한진칼 등이 특수관계인으로 33.3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민연금이 11.56%의 지분을 보유해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진칼을 보유하면 대한항공에도 영향력이 높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지주사 한진칼을 중심으로 '한진칼→대한항공·한진→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보이고 있어 관심은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이 누구에게로 갈 지 여부로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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