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뉴시스

(송승화 기자) 세 모녀의 ‘갑질 나비효과’가 결국 대한항공의 상징과도 같았던 조양호 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오게 만들었다. 따라서 조 회장의 경영권에 제동이 걸리며 한진 오너일가의 그룹에 대한 지배력 감소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 등 4건을 올렸다. 그러나 조 회장의 연임 안건은 표 대결에서 찬성 64.1%, 반대 35.9%로 참석 주주 3분의 2(66.6%)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 결국 부결됐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지난 1999년 4월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가 된 지 20년 만에 대표직에서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조 회장이 물러나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지만 세 모녀의 갑질에서 비롯된 국민과 주주들의 신뢰 상실이 결정타가 되었다.

조양호 회장 외에 부인과 세 자녀는 2015년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물컵 갑질', '대학 부정 편입학', '폭행 및 폭언' 등 각종 사건에 연루됐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또한 이 같은 논란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주총 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퇴진으로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의 경영 보폭이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사장은 대한항공의 사내이사인데, 주총 결과에 따라 대한항공 경영진에는 오너 일가 중 조 사장만 남게 됐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대한항공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조 회장의 경영권 박탈로 볼 수는 없지만, 경영 일선에서는 오너 일가의 영향력 감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한편 대한항공 회사 측은 조 회장이 미등기 이사로서 경영을 계속 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회사 측은 “조양호 회장은 오늘 주총 결과 사내이사 재선임이 부결되었습니다. 이는 사내 이사직의 상실이며 경영권 박탈은 아닙니다”라고 밝혀 경영에서 손을 뗄 의사가 없음을 확실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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