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대전경찰청장./뉴시스

당시 검찰이 사실상 수사 방해

공직자 명예훼손 중단되기 바라

정치에 투신할 생각 지금 없어

자랑스러운 경찰로 남고 싶다

(박진우 기자) 자유한국당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에 대한 금품비리 수사를 지시했던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에 대해 선거공작사건이라며 특검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하자 당사자인 황 청장이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황 청장은 21일 대전지방경찰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불감청이언정 고소원(감히 청하지는 못하나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란다)'이다"며 "특검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황 청장은 "당시 김기현 전 울산시장 본인과 주변 인물 등의 토착비리 수사가 여러 건 진행 됐지만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면서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게 됐다"며 "사실상 수사 방해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황 청장은 이어 "특검이 도입돼 김 시장 주변 인물 토착비리 혐의를 철저하게 밝혀줬으면 좋겠다"며 "소모적인 정쟁이 계속되는 것 보다는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공직자에 대한 도를 넘는 명예훼손은 중단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4월 21대 총선에 출마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과거 정치에 투신할 생각이 있었으나, 지금은 대전청장이란 직책을 맡고 있고 경찰발전을 위해 활동할 공간이 충분히 확보됐다"며 "앞으로도 제가 경찰에서 활동할 공간이 주어진다면 자랑스러운 경찰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황 청장은 지난해 울산지방청장 재임 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정치자금 등 3건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수사를 지휘했다.

한편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자유한국당은 지난 19일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공작수사를 했다”며 당시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에 대해 처벌과 파면을 요구했다.

김 전 시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사권 남용, 선거 개입, 사기꾼과 결탁 의혹을 받는 수사관의 수사팀 배치, 피의사실유포, 선거를 앞두고 여당 후보와의 부적절한 만남, 골프 접대 의혹 등 파면의 사유는 차고 넘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김기현을 죽이고 한국당 전체를 비리 집단화하기 위한 공작ㆍ기획수사임이 드러났다”며 “이런 선거 개입의 윗선이 과연 어디인지,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울산지검은 황 총장의 수사 방해 등 주장에 대해 무대응 방침을 밝혔다.

검찰은 "수사기관은 수사결과로 말하는 것"이라며 "현재 황 청장에 대한 고소·고발사건이 진행 중이고, 추가 고발이 이어질 분위기여서 이에 대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황 청장의 도를 넘는 비난에 대해 대응 여부를 고민했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검·경이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적절치 않고 도리도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최근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기성씨와 울산시 고위공무원, 레미콘업체 대표 등 3명에 대해 "직권남용으로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 2017년 서로 공모해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건설공사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며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이 나자 당시 울산시장 측근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한 황 청장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검찰이 경찰수사를 방해했다며 비난해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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