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과 북측 관계자들이 평양에서 각국 외교관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 부상은 이날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AP통신과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평양에서 각국 외교관과 외신 기자들이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북한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데 대해 크게 실망했고, 미국은 '황금 기회'를 잃은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나치게 까다롭고 유연하지 못한 것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최 부상의 발표는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뒤 북한 측이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내놓은 첫 공식 입장으로 대미 정책을 강경으로 선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 부상은 "북한은 미국이 북한의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타협하거나 대화를 계속할 의향이 없다"면서 "미국은 지난 15개월 동안 북한의 발사 및 실험 중단에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정치적 계산'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최 부상은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향후 행동계획을 담은 공식성명을 곧 발표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미사일)발사 및 실험 중단(모라토리엄)상태를 계속할지 여부를 단시일 내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하노이 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좀 더 대화할 용의가 있었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타협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여줬다"면서 "김 위원장은 미국의 '괴짜같은(eccentric)' 협상 방식에 곤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최 부상은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김 위원장은 '이같은 기차여행을 할 다시 할 무슨 이유가 있지'라고 말했다"면서 "'갱단(gangster)'같은 미국의 입장은 결국 상황을 위험에 빠뜨릴 것임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관계는 여전히 매우 좋고, 두 사람은 환상적인 케미스트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부상은 또 하노이정상회담 결렬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미국이 왜 이렇게 다른 설명을 하는 이유는 확신할수 없다"면서 "우리는 전면적인(entirety) 제재 해제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미국이 우리와 매우 다른 계산법을 갖고 있음을 아주 분명히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대사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장과 위성 발사를 준비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 질문했지만, 최 부상은 직접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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