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는 11일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5개월 연속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송승화 기자)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 둔화에 대한 경고음을 한층 더 높였다. KDI는 11일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5개월 연속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 증가세가 꺾이고 투자 부진마저 심화돼 더 심각해 졌다는 평가다.

KDI는 이날 'KDI 경제 동향'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투자와 수출 부진을 중심으로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 부진은 반도체, 석유류 등 주요 품목의 수출 금액이 큰 폭으로 감소,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주요 품목 부진에는 수출 가격 하락도 상당 부분 기여했으며 세계교역량 감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수 하락 등 대외 여건이 지속해서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1년 가까이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투자 지표도 감소 폭이 확대됐다는 진단이다. 기계류(-21.4%) 등을 중심으로 1월 설비투자지수가 16.6% 떨어지며 전월(-14.9%)보다 감소 폭이 커졌고, 같은 기간 건설기성(이미 이뤄진 공사 실적) 역시 건축(-12.2%)과 토목(-10.5%) 모두 부진이 심화되며 전월(-9.1%)에 이어 11.8% 감소했다.

KDI는 투자 지표 관련 선행지표도 좋지 않아 둔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국내기계수주액이 지난 1월 9.3% 감소하며 전월(13.3%)과 달리 감소세로 전환됐고 자본재 수입액 역시 지난 2월 반도체제조용장비를 중심으로 36.0% 뒷걸음질했다. 주택인허가(-15.0%), 주택 착공(-3.3%) 등의 부진으로 주거 건축의 감소 폭이 확대되면서 건설투자 선행지표인 건설수주(-41.3%) 부진도 심화됐다.

KDI는 "(투자, 수출 등) 수요 측면의 경기가 반영돼 광공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생산 측면의 경기도 둔화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짚었다. 1월 기준 광공업생산은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고 건설업생산도 11.8% 줄어들며 부진이 지속됐다. 다만 서비스업생산은 설 명절 영향에 비중이 높은 도·소매업(3.2%), 운수·창고업(2.7%) 등을 중심으로 증가 폭이 확대됐다.

1월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4.0%로 전월(3.0%)보다 확대됐지만 명절로 인한 내수 회복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KDI는 "지난해에는 2월 중순이었던 설 명절이 올해 2월 초순으로 이동, 소매판매액 증가 폭이 1월에 일시적으로 확대된 것으로 민간소비 증가세는 미약하다"며 "소비재수입이 1월에 5.0% 증가했지만 2월에 다시 7.3% 감소한 것은 소매판매액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조업과 건설업 부문에서의 생산 부진이 고용 지표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업(-1만9000명)과 제조업(-17만명)에서 취업자 수가 감소하면서 1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만9000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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