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뉴시스

10대그룹 못지않게 지배구조 문제

대기업 집단 조사 작년보다 축소

재계 지배구조 개선 성과 들을 것

올해 10대그룹 이하 그룹과 회동

일부 기업 일감 외부 개방에 노력

실질적 일감 나누기 그룹에 당부

(박진우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올해는 자산규모 5조원 미만인 중견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해 10개 대기업집단에 대해 부당 내부지원 혐의를 포착해 조사를 벌였고 그 중 4개사는 제재 수위를 의결하는 심의 중에 있다.

그는 또 "4~5월에 재계와 다시 만나 지배구조 개선 성과를 듣겠다"고도 말했다. 특히 총수 일가가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회피하는 방식이 아닌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 실질적으로 일감을 개방하려는 노력을 직접 당부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올 한 해 공정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통상 대기업은 자산총액 10조원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중견그룹은 5조원에서 10조원 사이의 기업집단을 지칭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2조원에서 5조원 사이의 그룹들을 조준한다. 5조원 미만 그룹들은 공정거래법 23조2의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이들이 10대 재벌그룹 못지않게 심각한 소유·지배구조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지난해 금호아시아나·태광·대림·하림 등 4개 그룹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제재를 결정하는 전원회의까지 상정돼 있다. 김 위원장은 상반기 내에 이들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는 작년만큼 많은 그룹에 대한 조사를 새로 시작하진 않겠다"고 말해 대기업 집단 조사는 보다 축소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4~5월께 재계 간담회를 다시 추진한다고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10대 그룹과 만났다. 그는 "이번에는 10대 이하의 그룹들을 중심으로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계와 만나면 그간 지배구조 개선 성과를 듣겠다고 말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각 그룹에 (지배구조 개선) 성과를 같이 공유하도록 요청해놨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작년에 15개 대기업이 지분율을 개선하거나 매각, 합병 방식으로 (사익편취) 규제 기준을 벗어나려고 했고, 또는 진짜 일감을 외부에 개방하려는 노력도 있었다"며 "지분율 개편 차원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일감 나누기 쪽으로 각 그룹의 노력을 당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현재 야당과 재계의 반발로 지지부진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 대해선 "개정안의 4개 분야 중에서 혁신성장과 절차법제 분야 등 공감대가 빨리 형성되는 분야부터 먼저 처리할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냈다.

한편 정부가 추진하는 공정경제의 성과가 국민이 체감하기엔 너무 작다는 지적에 대해선 "갑질 신고 사건의 평균 처리기간이 확실히 짧아지고 있다"며 "우리의 불공정 거래 관행이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데엔 동의하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다만 실제 국민들이 체감하는 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는 태광·대림·금호아시아나·하림등 4개 그룹의 부당 내부거래 사건을 올해 상반기 내 최종 결론 내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특히 재벌개혁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 종합대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미 전원회의에 상정돼 심의 중인 4개 그룹 외에 삼성과 SK 등 6개 그룹에 대해선 올해 내로 조사를 마무리하고 심의에 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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