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친일 인명사전에 등재되어있는 유명 작곡가들이 작곡한 학교 校歌와 시민의 노래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각 급 학교에서는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작곡가 현제명, 김동진, 김성태, 이흥렬 등이 작곡한 교가를 졸업식과 입학식에서 교가를 제창 하지 않기로 하여 전교조와 지방차지단체가 추진하는 이른바 일제 잔재 청산이 도를 넘은 것 같다.

사례를 보면 서울에서는 100곳에 이른다. 지난2월 26일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와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사가 작사·작곡한 교가를 사용하는 학교는 113곳이었으며, 이들 학교 중에는 휘문 중·고 영훈 초교, 동산초교, 단대부중·고교 등 역사가 오랜 명문학교들이 포함돼 있다.

동작구의 성남중·고교는 교가를 친일 인사가 지은 것은 아니지만 가사에 친일인사인 설립자 원윤수와 김석원을 찬양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강산에 원석 두님 나셔서 배움길 여시니 크신 공덕 가이 없네”라는 소절과 “먼동이 트이니 온 누리가 환 하도다”라는 소절이 욱일승천기를 연상시킨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다른 지역과 달리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보다 지방이 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시장 이재준)은 “일제 잔재는 흘려보내고, 항일 흔적은 널리 조명할 것”이라며, “고양시의 노래 작곡가를 아시나요?” 라는 선동적인 제목으로 고양시歌 사용을 중단하고 새로운 고양시의 노래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작곡가가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김동진 작곡가라는 것이다.

작곡가 김동진 옹은 40년대부터 50년대까지 일제 침략전쟁을 옹호하는 노래를 작곡하는 등 친일행위를 한 인물로, 친일인명사전에 공식 등재되어 있다. 그는 고양시의 노래 외에도 대한민국 육군가 등 다수의 곡을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전국 초·중·고 교가, 시가 등 많은 관공서의 공식 노래에 김동진을 비롯한 친일 음악인의 손길이 미쳐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가곡으로 널리 알려진“가고파”등 수많은 명곡을 작곡하여 음악계에서 추앙받는 작곡가다.

김동진 작곡가는 1913년생으로 평안남도 안주군 출신, 아버지가 목사인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교회를 통해 서양음악을 접하게 되었다.

1936년 숭실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한 뒤 일본고등음악학교에 유학하여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일본에서는 (양산도를 주제로 한 바이올린 협주곡) 제1악장을 완성했다.

6.25 전쟁 중에 김일성 치하에서 기독교 박해와 음악활동이 어려워 월남하여 육군의 종군작가 단, 대한민국 해군의 정훈음악대 소속창작부장 겸 지휘자로 활동, 초대 예술원회원을 역임했다.

이후 숙명여자대학교 강사를 거쳐서 1953년 서라벌예술대학 음악과 교수로 임용되었다. 당시 월남 음악인이라는 이유로 활동에 많은 방해를 받고 좌익이라는 모함에 시달려야 했다.

경기 포천시(시장 박윤국)은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맞아 친일 작곡가 김동진이 작곡한 포천시민의 노래 사용을 중단했다고 1일 밝혔다.

또한 시민 공론화 및 공청회를 통한 의견 수렴 후 개정 또는 폐지 등 향후 방안을 추진할 예정라고 했지만, 포천시가 더욱 충격적인 것은 애국가 제창을 거부하는 시민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2월 28일 한 시민이 제안한 애국가 제창 거부에 박윤국 포천시장은 "애국가 제창 거부는 지방정부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역사의 청산은 정치적 논쟁이 아닌 성장의 토양을 다지는 작업”이라고 강조하며 “시간이 흐르며 점차 잊혀 져 가는 일제의 흔적은 역사의 아픔으로 생생하게 보존하고, 시대를 관통하는 항일운동의 정신은 3.1운동 100주년을 기점으로 남북이 하나 되는 평화의 정신으로 승화해 그 불씨를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존하는 사회 저명인사들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고 해서 그들의 업적인 예술의 작품성까지 청산한다는 것은 이념에 매몰된 전체주의적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인명사전에 등재됐으면 되어 있는 데로,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공은 공 데로 두자, 수 십 년 부른 교가가 친일 음악가 논란으로 사회적 혼란을 조성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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