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 기자) 지하철에서 화재·테러와 같은 비상상황 발생 시, 최소한의 안전을 위한 피난까지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2012년 당시 서울메트로 자료에 의하면, 서울 지하철 1~4호선 97개 역사 중 안전기준 상 최소 피난시간(4분 기준)을 초과하는 역사는 무려 38개에 달했다. 1~4호선에 비해 역사와 선로가 더 깊은 곳에 위치한 5~8호선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서울시의회 성중기 의원(자유한국당, 강남1)이 지난 26일 열린 제285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서울교통공사 업무보고에서 노후전동차 및 노후 역사 등에 관한 재투자 부족 문제를 지적하고,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시설 노후화로 이용자 불편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하철 역사의 기능보강과 시설개선을 요구했다.

성중기 의원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9호선 역사 중 다수가 안전기준 상 피난시간인 4분을 초과, 화재나 테러와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시민들의 안전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92년도 도시철도 안전기준 제정 이전에 계획 및 설계된 지하철 1~4호선의 경우 승강장 내부계단 및 승강장의 폭이 좁고 승강장이 깊게 위치해 있어 신속한 대피가 어렵다.

뿐만 아니라 서울 지하철 1~4호선의 경우 그 동안 내진성능 미확보 구간으로 지적되었던 53.2km 중 지금까지 23.3km 구간만 내진기능이 보강되면서 약 30km의 구간은 여전히 지진발생 시 안전취약 지역으로 남아있다.

성의원은 승강장 내 구조물로 인해 휠체어와 유모차의 통행이 사실상 어려운 협소한 승강장 문제도 다시 한 번 언급하면서, 서울 지하철 1~8호선 역사 내 구조물로 인해 보행폭이 1.5m 미만인 역사 36곳 중 29곳(80.5%)가 1~4호선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노후 인프라에 대한 재투자 수준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성중기 의원은 2018년 기준 서울교통공사에서 운영 중인 지하철 역사  중 BF(Barrier Free,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받은 역사가 단 한 곳도 없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안전기준 미달과 시설 노후화 문제는 장애인, 임산부 및 유모차 동반 이용자 등 교통약자에겐 더욱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중기 의원은 노후전동차 교체 관련, 서울교통공사의 부담이 과도하게 많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서울교통공사가 매년 5,000억 원 이상의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을 감안할 때, 서울시가 전동차 교체관련 비용을 좀 더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성의원의 주장이다.

 2022년까지 기대수명 25년을 경과하고, 정밀진단 결과에서 퇴역이 결정된 전동차를 교체하는데 예상되는 총사업비는 약 7,846억 원으로 추정되며, 이 중 서울시는 1,023억 원, 교통공사는 6,823억 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의원은 "최근 서울시가 문화예술철도 사업, 테마역사 조성사업, 광고없는 지하철 역사 사업 등 전시행정에 치중하는 동안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노후인프라 시설보강 및 기능개선 사업 등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적하며, "민간투자 대상 사업이었던 경전철 4개 노선을 재정사업으로 전환할 때 내세웠던 교통복지는 대형 안전사고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고, 이용자의 편의를 증진시키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성의원은 노후된 인프라는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노후 시설물에 대한 유지보수 및 기능보강 관련 사업과 예산을 우선 추진해 줄 것을 교통공사에 주문했다.

 서울교통공사는 2019년부터 서울 지하철 1~9호선 역사의 BF인증 추진과 함께 지속적인 시설개선을 통해 이용안전과 편의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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