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뉴시스

1차 회담 합의문보다 진전은 확실

김정은 영변 핵 폐기 수차례 약속

美서 수용하면 예상보다 큰 진전

비핵화 이루려면 제재완화 필요

김정은·트럼프 결단에 모두 달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급물살

(이진화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들어 낼 ‘하노이 선언’에 무엇이 담길까. 1차 정상회담 합의문보다 구체적인 진전이 담긴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안갯속이다.

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는 로드맵을 꺼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상응하는 제재완화 카드를 제시할 경우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북미관계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무엇을 주고 받느냐에 달렸다.

이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입구’에 해당하는 종전선언이 어떤 형식으로든 이뤄질 경우 이번 북미회담은 '세기의 담판'으로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남북관계 개선 또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미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이다. 지난해 싱가포르 센토사 합의에서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이행계획이나 절차를 담지는 못했다.

1차 회담 후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선결과제로 미국의 제재 완화를 요구한 반면, 미국은 비핵화가 선행돼야 상응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맞서면서 역사적인 첫 만남 후 북미 대화는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북한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한다면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대북제재에 발목 잡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가질 만한 메시지를 던지며 다시금 대화 분위기에 나섰다.

이런 배경에서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미국에 제시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북한이 핵 개발 핵심 시설이 밀집한 영변 핵시설 단지에 대해 얼마나 높은 수준의 폐기 절차를 약속하고, 이를 합의문에 명시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는 영변 핵 시설의 가동중단이나 동결을 넘어 다음 단계인 신고·검증으로 이어진다면 불능화 조치를 거쳐 영구적 폐기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우라늄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 모든 시설의 영구적 폐기 뿐 아니라, 나아가 북한이 보유한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 핵프로그램(핵시설)의 전면적 폐기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제재완화 조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이미 수십 년 간 가동하며 이제는 제 역할을 기대할 수 없는 영변 핵시설을 제재 해제의 반대급부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 대외적으로 낡고 오래된 핵시설을 폐기하는 것으로 이미 개발을 마친 핵과 미사일을 감추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완전한 비핵화로 북한은 급속히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에게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촉구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하기 전 백악관 조찬행사에서도 "우리는 비핵화를 원하고, 그는 경제 속도에 있어 많은 기록을 세우는 나라가 될 것"이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이득이라는 당근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전례 없는 선제적 비핵화 이행 조치를 선언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도 파격적인 경제 관련 상응 조치로 화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남북미 모두가 바라는 그림이겠지만 6·25 전쟁의 종식을 알리는 종전선언이 평화선언이나 상호불가침선언 등 어떤 형태로든 합의문에 담길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종전선언이 합의문에 담긴다면 새로운 북미 관계 형성과 양국 수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향하는 교두보를 놓게 된다.

더욱이 북미 관계는 물론 남북 관계에도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올 것이란 예측이다.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항구적 평화체제'라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5일 "종전선언 형태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으나, 북미 사이 종전선언 합의 가능성 있다고 본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 측이 비핵화와 제재완화를 놓고 다양한 옵션을 주고 받겠지만 성공적인 회담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를 이끌어 내기란 불가능해 보인다"며 "지금까지 회담 진행 분위기로 봐서 북미 간에 용인할 만한 수준의 협의점을 찾지 않았나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하는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이변이 없는 한 어떤 형태로든 북미 간에 종전선언이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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