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북한이 의미있는 일을 한다면 대북제재를 풀 수 있다고 시사했다. /뉴시스

(박진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북한이 의미있는 일을 한다면 대북제재를 풀 수 있다고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북한의 '일정한 비핵화 조치'를 대가로 제재완화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정상회담)이 마지막 회담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에는 북한 비핵화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다섯 차례나 강조해 말하기도 했다.

정상회담이 임박한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정상회담에서 최종적으로 내줄 것과 받아낼 것들을 상세히 파악하고 직접 실무협상에 나선 것으로 보여진다.

북한 역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실무협상에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달 초 비건 특별대표가 평양에서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대표와 협상할 때 김 대표에게 수시로 메모가 전달돼 협상이 자주 중단됐다는 일본 아사히 신문 보도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하노이 정상회담이 열리기까지 미국이 북한에 상당 부분 양보하는 모양새다. 그 결과가 비건-폼페이오-트럼프가 잇달아 제재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대북 제재완화의 범위와 조건이 명시적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제재완화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그 방법으로는 미국이 제재 완화에 직접 나서기보다 한국이 나서는 것을 허용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비핵화를 최종적으로 달성할 로드맵 작성은 다음 회담으로 넘길 수 있다. 이렇데 되려면 영변핵+α에 대한 김정은의 약속을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노이 회담 이후에 실무협상을 진행해 비핵화 단계와 제재 완화 및 관계정상화, 평화체제 확립의 세부 단계들을 매칭하는 로드맵을 작성하고 세 번째 정상회담에서 이를 확정한다는 큰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인도적 지원,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교환 설치, 평화협정 등 많은 이슈들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은 일관되게 제재 완화를 요구해왔고 미국도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는 정상회담을 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했다. 따라서 하노이 회담은 제재의 완화 수준과 비핵화 정도를 어떻게 매칭하느냐가 중심적인 의제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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