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 본사를 둔 중견기업 ㈜세화아이엠씨가 경영진의 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권 매매거래정지로 인해 일부 하청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직면하면서 지역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타이어 금형과 제조설비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세화아이엠씨는 지난 1981년 설립된 후 2016년 기준 생산제품의 80% 이상을 전 세계 40여 개국에 수출하는 등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던 견실한 기술기업이다. 

2018년 경영권 매각 직전까지 이 회사를 이끌었던 유희열 전 대표가 얼마 전까지 광주경총 회장을 지낸 사실이 방증하듯이, 세화아이엠씨는 불과 2년전까지만 해도 타이어 금형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자랑하며 안정적 경영과 기술력으로 코스피에 상장된 우량한 향토기업이다. 

이 회사는 2017년 11월 광주시와의 협의 끝에 하도급 업체 직원 수백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 민간 부문 첫 사례로 기록되는 등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실천하는 모범기업으로서 기대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지난해인 2018년 들어 세화아이엠씨는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 중 핵심은 코스피 상장사의 주권 매매거래정지가 계속되고 있다. 

세화에이엠씨는 2017 사업 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2018년 3월 6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권 매매거래정지가 계속되고 있다. 2018년 11월 1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적격성 유지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열린 기업심사위원회 개최 결과, 오는 2019년 9월 30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으면서 여전히 주식 거래가 중단되었다. 

주식매매거래 정지의 배경을 살펴보려면, 2017년 세화아이엠씨의 외적 환경을 세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세화아이엠씨의 공시 재무제표상 2017년말 매출은 1,6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0억 원 가량 매출이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42억원 적자가 발생했다. 여기까지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와 기술격차 감소 등으로 글로벌 시장 경쟁이 심화돼 실적이 악화됐고 언제든 다시 호전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황으로 이해됐다. 

이런 가운데, 세화아이엠씨는 2017년 8월부터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증권가에서는 세화아이엠씨가 이 시기부터 무자본 M&A의 표적이 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화아이엠씨는 2017년 8월 키스톤프라빗에쿼티(키스톤PE)의 현대자산운용 인수 목적 펀드에 100억원을 분담하는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 투자에 대한 의문은 이후 2018년 4월 삼부토건 노조가 금감원에 제출한 민원에서 '기업회생 중이던 삼부토건을 인수한 주체들이 삼부토건의 사내유보자금을 현대자산운용 인수에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세화아이엠씨 등을 끌어들여 자금을 마련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며 그 정황이 드러났다. 

이어서 2017년 11월말 세화아이엠씨와 함께 현대자산운용 인수에 참여했던 상장 도매업체 이아이디가 세화아이엠씨에 전환사채 50억원을 투자해 결손금이 일부 보충되는 듯 했다.

그러던 2018년 1월 3일 세화아이엠씨 전 경영진은 금융투자기업인 ㈜얼라이컴퍼니, 파인투자조합, 알라딘투자조합과 최대주주의 주식과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세화아이엠씨의 최대주주인 유동환 부회장, 특수관계인인 채해성씨, 유 부회장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메자닌캐피탈, 연곡인터내셔날 등이 보유 중인 주식 382만주(무상증자 후 916만8000주)를 매각하는 계약이었다. 

매각대금은 249억원이며, 매각 주식 수는 총 발행 주식 수의 32.15%에 해당하는 규모다. 경영권을 인수한 이들은 넓은 의미에서는 삼부토건과 현대자산운용을 인수한 투자 주체와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역시 계열로 평가되는 케이씨앤아이스타바이오가 2018년 2월 전환사채로 세화아이엠씨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이로써 경영진 교체 전후로 세화아이엠씨에는 총 150억원의 투자금이 들어왔다. 

또한, 2018년 2월 19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는 현 경영진으로의 임원 교체와 바이오 사업분야로의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정관변경이 의결됐다. 증권가에서는 이 시점부터 세화아이엠씨의 행보가 비정상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2018년 3월 5일 세화아이엠씨는 정관변경 의결대로 바이오회사인 디아젠의 주식을 110억원에 인수했다. 세화아이엠씨의 주가는 경영진 교체와 정관변경이 의결된 직후부터 이날까지 계속 치솟고 있었다. 

그런데, 현 경영진과 함께 세화아이엠씨 인수에 자금을 댄 투자조합들은 디아젠 인수 발표로 주가가 최고점에 달한 2018년 3월 5일부터 이틀간 연속해서 520만주의 주식을 일거에 매각하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연 이틀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한 투자조합들은 50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누군가가 주가를 조작해 이 과정에서 부당하게 큰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현재 광주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세화아이엠씨는 증권가의 소문대로 2018년 3월 21일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대상이 됐다. 주식이 오를 것으로 보고 투자한 개미투자자들은 환전이 불가능한 주식만 손에 쥐게 됐다.

소액주주들은 현 경영진과 함께 들어온 대주주들이 주가 최고점에서 주식 대부분을 처분한 다음 날 곧바로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2주일 후 상장폐지 절차가 공시된 것은 먹튀의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이들은 회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한편, 세화아이엠씨를 처벌해 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여기에서 제기되는 의문은 세화아이엠씨가 2018년 3월 5일 110억원에 39.65%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된 바이오기업 디아젠의 2016년 7월 당시 최대 지분 가치는 15억원으로 평가됐었다는 것이다. 디아젠의 기존 상호는 셀바이오스였다. 2017년 12월 상호변경을 통해 현재의 디아젠 상호를 사용하게 됐다. 이 셀바이오스(디아젠)은 2016년 7월 20일 이화전기가 15억원을 주고 42.32%의 주식지분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된 기업이다. 

2016년 7월에 15억원에 인수된 기업이 2018년 3월 110억원에 거래됐다는 것은 1년반 사이에 기업가치가 폭등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할 경우 인수한 측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처럼 기업가치가 높여져서 인수된 바이오기업 디아젠이 세화아이엠씨 주가조작 재료로 사용된 의혹까지 받는 것은 여러모로 공교롭다.

세화아이엠씨의 현 경영진은 고강도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2018년 11월 27일 광주지방검찰청 등에 따르면 광주지검 특수부(허정 부장)는 동월 22일 세화아이엠씨 본사와 현 경영진과 관련된 회사, 관련 회계법인 등 광주와 서울, 경남 등 사무실 5곳에 수사관을 보내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핸드폰 등 수 백 점의 자료를 확보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 가운데는 세화아이엠씨의 현 경영진이 인수한 바 있는 바이오 회사의 사무실도 있었다. 이날 압수수색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 팔아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현 경영진에 대한 수사 자료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7개월전 현 경영진은 전 경영진을 횡령, 배임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발하여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인수당시 경영실사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다가 주가 부양 및 전격적 주식 매각과 거래정지 후 전 경영진 손보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있다.

세화아이엠씨의 협력업체들은 “제조업과 거리가 먼 금융권 출신의 새 경영진이 들어온 후 직원들이 사기를 잃었다”고 호소하며 “전임 경영진이 회사를 운영할 때에는 2개월 어음이었는데 지금은 4~5개월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협력업체들이 먼저 줄도산 나게 생겼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다행히도 세화아이엠씨 채권단(주채권은행 : 한국수출입은행)도 지난 1월31일 삼일회계법인을 통한 실사 결과 세화아이엠씨의 계속기업가치가 높은 것으로 판단, 채무유예와 함께 이자율을 기존 9%에서 4%로 조정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세화아이엠씨는 재무적인 부담을 덜고 정상적인 경영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돌파구를 마련하게 됐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가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아직은 타이어 금형 분야에서 세화아이엠씨의 기술 경쟁력을 따라 올 회사가 전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는 것도 채권단이 후한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 경영진 관계자는 18일 지난해 3월 520만주 대량 주식 매각과 관련해 묻는 질문에 “회사는 모르는 일이었다”면서 “저희도 공시를 통해서 안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매출액 저하와 영업이익 저조 등 지난 2018년 경영 상황과 관련해서는 "전 오너가 잘못한 피해의 여파가 아직 미치고 있다”면서 “거래 정지되고 한 것 그런 내용을 정리해야지 단면만으로 이야기하면 전체 흐름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세화아이엠씨가 현재 겪는 갑작스런 위기 상황은 세계시장의 다변화 격랑 속에 금융투자그룹과 손을 잡아보려 시도한 것이 오히려 총체적 경영 혼선과 고소, 고발 및 사법당국의 수사로 이어지며 더욱 어려움을 가중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지역 주민들과 소액주주들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전·현 경영진의 잘못이 있었다면, 시시비비를 명백하게 가려 빠른 수사 결과 도출로 조속한 경영 안정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세계적 기술력을 갖춘 지역의 소중한 중견기업이 침몰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시급히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제는 세화아이엠씨의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더 이상의 추락을 막는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새롭게 반전할 전환점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에 시선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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