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재벌그룹' 몸 사리나(?)

내부거래 첫 감소… '대기업의 일감 나눠주기' 본격화

30대 재벌그룹의 내부거래 규모가 처음으로 감소했다.

3일 재벌닷컴이 총수가 있는 자산 순위 30대 재벌그룹의 계열사간 내부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내부거래 금액은 160조1000억원으로 매출(1250조1000억원)의 12.81%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내부거래 금액 161조8000억원보다 1%(1조7000억원) 가량 감소한 수치다.

특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도 전년(13.75%)보다 0.94%포인트 하락해, 처음으로 금액과 비중이 동시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재벌그룹의 내부거래 금액은 2008년 101조6000억원으로 100조를 넘어선 뒤 2009년 108조4000억원, 2010년 128조1000억원, 2011년 161조8000억원으로 매년 급증해 왔다.

재벌닷컴 관계자는 "30대 재벌그룹의 내부거래가 감소한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지난해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주요 선거공약으로 등장하는 등 사회적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사 결과 30대 재벌그룹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개 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이 전년보다 하락했다.

재계 1위 삼성의 내부거래 금액과 비중은 모두 크게 감소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의 내부거래 금액은 2011년 35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28조2000억원으로 20.1%(7조1000억원) 감소하면서 내부거래 비중도 13.02%에서 9.01%로 4.01%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삼성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5.4% 증가한 312조5000억원을 달성해 체감 내부거래 감소율은 실제 하락율보다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의 내부거래 비중이 10% 미만으로 낮아진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OCI는 내부거래 금액이 1조5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절반 가량 감소했다. 이에 따라 내부거래 비중도 19.7%에서 12.85%로 6.85%포인트 하락해 30대 재벌그룹 중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

이어 코오롱 4.59%포인트(14.31%→9.72%), KCC 3.1%포인트(13.22%→10.12%), 신세계 2.06%포인트(10.17%→8.11%), 한화 1.1%포인트(7.82%→6.73%) 등이 전년 대비 1%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SK는 내부거래 금액이 33조9000억원에서 35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으나, 전체 매출이 상대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내부거래 비중은 23.52%에서 22.7%로 0.82%포인트 줄어들었다.

LG는 전체 매출이 전년보다 3.6% 늘어난 115조8000억원을 기록했음에도, 내부거래 금액은 2000억원 감소한 15조3000억원을 기록해 내부거래 비중도 13.85%에서 13.22%로 0.63%포인트 내려갔다.

한편 조사대상 그룹 중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STX로, 전체 매출 17조4000억원의 27.6%인 4조8000억원을 계열사간 내부거래가 차지했다. 이어 SK(22.7%), 현대차(22.33%), 롯데(15.47%), CJ(15.02%) 순으로 나타났다.

내부거래 금액은 SK가 35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차 35조원, 삼성 28조2000억원, LG 15조3000억원 등을 기록해 4대 그룹의 내부거래 금액은 총 113조7000억원에 달했다.

김미영 기자 kmy@seoul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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