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정부가 한차례 홍역을 치른 공유 승차(일명 카풀)에 이어 공유 숙박까지 추진할 움직임이어서 걱정이 앞선다. 카풀로 인해 택시 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정부의 카풀 시행 의지는 여전히 살아있다. 정부는 카풀 서비스 도입을 위해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시범서비스 전면 중단하면서 택시 4개 단체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2명의 택시기사 분신과 3차례 택시 파업 등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기구지만 '상생 방안'이 과연 도출될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

택시기사 생존권 보장, 택시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논의가 전제돼 택시업계 불안감을 해소할 때만 카풀 문제가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지적과 갈등 해결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2019년 경제활력 대책' 중 하나로 '공유경제' 활성화를 꺼내면서 연내 공유숙박(공유민박) 허용 방침을 밝혔다.

공유숙박의 경우 모텔이나 민박 등 숙박업계 반발이 이어질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밝힌 공유숙박 로드맵은 연 180일 이내 내국인 대상 도시민박업을 허용해 준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도시민박은 허용되고 있지만 투숙객 범위를 국민들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등록만 하면 내·외국인 대상 숙박업이 가능해져 집을 소유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숙박업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공유숙박이 전문숙박이 아닌 민박업이어서 영업소 등록시 집주인이 실거주 중이어야 등록과 영업이 가능하도록 제한을 두겠다고 하고 불법영업이 의심되는 업체는 공유숙박 중개 플랫폼 사업자가 이용을 사전 차단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숙박업계는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성수기에도 평균 공실률이 50%에 달하는 등 가뜩이나 영업이 안되고 있는데 공유숙박까지 허용되면 살아남을 업소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한숙박업중앙회는 집회, 토론회를 열어 공유민박(공유숙박) 도입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공유숙박업을 목적으로 한 부동산 거래나 임대업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공유숙박이 도입되면 기존 전·월세 세입자들이 투숙객에 밀려 보금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투숙객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일반 가정집의 영업소 활용으로 이웃과의 갈등 등 부작용도 걱정되고 있다. 공유승차 도입으로 비롯된 택시업계와의 갈등이 공유숙박에서 다시 재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가 택시업계나 숙박업계와 마찰을 빚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수출 위주의 경제 구조를 갖고 있지만, 내수시장을 통해 생활을 영위하는 국민들도 상당히 많다.

벌써 수년째 국내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기업이나 자영업자 등이 꾸준히 내놓은 경영 애로점은 '내수경기 악화'다. 이러한 현실을 왜 정부만 외면하려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는 국민들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 지 살펴보고 다시한번 경제 정책을 재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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