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뉴시스

(이진화 기자) 한국은행이 경기 둔화 우려 속에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7%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0월 올해 2.7% 성장률을 전망했다 3개월 만에 수정한 것이다.

기준금리도 현재 연 1.75%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올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7월부터 수정을 거쳐 세 차례 연속 내려간 것이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6~2.7% 수준의 하단과 같다.

이 총재는 “정부지출 확대 등으로 잠재성장률(2.8~2.9%)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1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제시한 이후 4월까지 유지했다가 7월 2.8%로, 10월 다시 2.7%까지 낮춰 잡은 바 있다. 국내 경제가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지속되겠으나 설비·건설투자 조정과 고용 부진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진단에서다.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에도 경기가 급격히 꺾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총재는 "최근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약화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경제 또한 둔화 우려가 있다"며 "그러나 일각에서 우려하는 만큼 급속한 경기 둔화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지난해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들은 올해 경제 성장률이 2%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현대경제연구, LG경제연구원은 2.6%로 전망하고, 한국경제연구원은 2.5%로 내다보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8%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전망치를 내놨으나 국제통화기금(IMF)은 2.6%를 제시한 상황이다.

물가 전망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1.7%에서 1.4%로 내려갔다. 국제유가 하락세 등이 반영된 결과다. 물가 오름세는 당분간 1% 수준에서 등락하다가 하반기 이후에는 1%대 중반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됐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도 1%대 초반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총재는 경기하강 국면 진입 여부와 관련해서도 "공식적인 경기 정점이 정해진 이후에 하강 국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며 "각 경기지표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검토와 전문가의 의견 수렴 등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경기 둔화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이 총재는 "다수의 전문 기관들이 최근 반도체 경기 조정이 일시적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반도체 수요가 다시 증가해서 회복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가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경기 둔화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금리인하론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최근 갑자기 확대되고 미 연준의 완화적 태도로 금리인하 얘기까지 나왔지만 아직까지 지표를 볼 때 지금 금리 수준도 완화적"이라며 "성장세도 지난해 수준이기 때문에 금리인하를 논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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