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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대천지원수’, ‘철천지원수’라는 말이 있다. 하늘을 같이 이지 못할 원수, 하늘에 사무치도록 한이 맺히게 한 원수라는 뜻이다. ‘예기(禮記)’에 나오는 불구대천지원수(不俱戴天之怨讐)는 원래 ‘아버지의 원수’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오늘날에는 더불어 살 수 없을 정도로, 즉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놈이란 뜻으로 쓰인다.
이쯤 되면 개인 간에는 주먹다짐이, 조직 간에는 칼부림이, 국가 간에는 전쟁이 날 판이다. 그런데 과연 무엇이 그토록 서로를 미워하고 상대를 극도로 증오하게 했을까. 증오의 뿌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르완다의 대량학살 사건과 세르비아의 인종 말살 정책,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끊임없는 보복전, 최근 러시아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스킨헤드의 이민족 살해 사건과 지하철 연쇄 폭탄테러처럼 끔찍한 범죄가 쉼없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왜 누군가의 적이 되고 누군가를 적으로 삼을까. 때론 목숨을 걸면서까지 왜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일까. 이것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피해국으로서의 한국은 일본국이 불구의 철천지원수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피해국이 대한민국의 광역적 차원을 좁혀 개인 일본군위안부 입장으로 보면, 한국정부나 일본정부 모두가 철천지원수와 같다.
그런데 이들 철천지원수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의제로 하는 한일 국장급 협의가 서울에서 개최된다고 한다.
특히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주 의제로 하되 북한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는 동시에 한일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까지 타진할 것이란다.
한국정부가 뭔가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다.
한국정부가 언제부터 일본군‘위안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가소로울 지경이다.
이미 한국정부는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유기,방관 등으로 헌법재판소로부터 부작위에 의한 위헌 판결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 박영길이사장에 의해 고발을 당한 상태이다.
이른바 피의자 신분인 셈이다.
이는 한국정부와 일본국에 대한 증오의 일환이기도 하다.
“증오는 인간이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감정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즉,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가 필요에 의해 개인이나 집단에 증오를 전략적으로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주목한 일본군문제연구소 박영길이사장의 한국정부 윤병세외교부장관 고발은 증오라는 감정을 세분화해 고발을 강행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일본국을 철천지원수로 여겨야 하며, 한국의 외교부장관을 고발하는 지경에 이르렀나?
필자는 고노담화에 나오는 말을 상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내용의 일부는 이렇다.
“위안소는 당시의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영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에 관해서는 구 일본군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이에 관여하였다. 위안부의 모집에 대해서는,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이를 맡았으나, 그 경우에도 감언, 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모집된 사례가 많이 있으며, 더욱이 관헌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하였다는 것이 명확하게 되었다. 또한, 위안서에서의 생활은 강제적인 상태 하에서의 참혹한 것이었다. ”라고 적시되어 있다.
그런데 아베정부는 이 같은 고노담화를 전면 수정하려는 것이고, 일본군위안부의 강제동원 및 납치는 없었으며, 그들 일본군‘위안부’들은 창녀와 다를 바 없다고 하는데도 한국정부는 이를 유기.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고노담화가 인정하는 강제성에 관해서, 한일 양국민 상당수 모두, 요시다 세이지 식의 <협의의 강제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특히 세종대 박유하교수가 "제국의 위안부"에서 갖가지 망언, 삽질을 이곳 저곳 쉬지도 않고 되풀이 합니다만, 적어도 정대협의 과오를 지적한 부분만큼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본다. 박유하가 무슨 이유에서 그랬던가는 둘째 치고 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최대 피해 국가인 한국 정부의 행태 또한 문제가 많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 극우파의 역사교과서보다 더 '친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대형 서울중앙취재본부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