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뉴시스

(송승화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의 주심 대법관에게 피해자들 승소가 확정될 경우 국제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는 발언을 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 소송 재상고심의 주심이었던 김용덕 전 대법관에게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반발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이 재판 대상이 돼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에 비춰 양 전 대법원장이 당시 대법원의 강제징용 소송 결과를 뒤집으려는 의중을 갖고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기업인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지난 2012년 5월 원고 승소 취지로 대법원에서 사건이 파기됐고 2013년 8월 다시 대법원에 접수됐다.

이후 김 전 대법관은 2014년 6월 강제징용 소송 재상고심의 주심을 맡았다. 하지만 그가 2017년 12월 퇴임할 때까지 소송의 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말 김 전 대법관을 비공개로 불러 조사했다. 김 전 대법관은 강제징용 소송 선고가 고의로 지연됐다는 의혹 등과 관련해 당시 상황과 양 전 대법원장의 관여 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2016년 대법원이 강제징용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려 검토했던 상황이 "선고를 미루고 전합 회부를 해달라"는 청와대와 외교부 요구에 따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대법관은 당시 담당 재판연구관에게 "강제징용 사건을 전합 보고 안건으로 상정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오는 11일 이 사건의 최고 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에게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그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한편 검찰은 최근 현직인 이동원 대법관을 상대로 서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해당 소송의 항소심 재판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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