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의 세계

 

외롬 따로이 챙길 필요 없어

감각 바람 머무는 곳,

외딴 겨울 섬 우리네 시절들

 

빛의 소리로 남겨 아주 살고 싶어서

숨 한번 크게 쉬노라면

이미 당신 되돌아와 내 마음 더불고

 

그 부드러운 포옹, 하이얀 세계

모방할 수 없는 비밀 감추고

손수 만든 꿈은 잠속으로 뿌리며

 

수면 위 흐르는 별빛만 따라

옛이야기 주절대면서 그렇게 걷자,

새롭게 시작되는 향기의 세계 위해

 

시의 창

오늘의 화두는 ‘향기의 세계’를 만들기 위한 방책의 제시인데 한 마디로 ‘헌 옷을 벗고 새 옷을 입자’로 결론지을 수 있음을 미리 말하고 싶다.

기해년 황금돼지의 새 해가 밝아오니 우리는 이제 새 해에 걸맞는 새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새 사람이 되자면 시대가 요구하는 여러 가지 조건을 구비해야 하겠지만 가장 근본적이며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바로 새 시대에 부응하는 새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이 된다는 것은 막연한 어떤 변화를 말함은 아니다.

더 좋은, 더 아름다운, 더 진실된, 더 만족스러운, 무엇보다 더욱 자신과 가족과 이웃에게 까지 행복과 기쁨의 분량을 더 충분히 전파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준비를 갖춘 사람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제 우리는 새 해가 시작되면서 지나간 예전의 옷을 벗어 던지고 과감히 새 옷으로 갈아입기 위한 각오와 다짐을 해야 할 것이다.

헌 옷이란 예전에 살아가던 인생의 내용을 대변하는 것이므로 이미 지나간 것이니만큼 허망하고 의미없는 삶을 일컬음이요, 성공을 이끌어내지 못한 지난 날의 삶을 되돌아보건대 아집과 독선에서 기인한 편협된 인생관에 불과하니 얼른 거기서 벗어나 마음가짐과 생각 그리고 습관 등이 새로워진 새 모습으로 변모한 새 옷을 입기를 제언하는 바이다.

그동안 자신과 이웃의 관계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유발시킨 요인은 여러 가지를 들 수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가 늘 속에 담아두고 살아가면서도 대단한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고, 어쩌면 우리가 항상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래도 되는 줄 아는 그런 내용 몇가지를 오늘은 살펴보고 반성하고자 한다.

첫째는 ‘bitterness’(비통, 쓰라림, 쓴 맛, 응어리)이다.

이는 마음의 쓴 뿌리에서 나오는 모든 쓰고 독한 것들을 통칭한다.

인생을 살면서 경험한 쓴 기억들이 마음속에 잠재해있으면서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흘러나와 마음을 썩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마음의 평화를 부식시켜 병을 가져다 준다.

이것이 많아진 경우에는 누군가를 용서해야 하는데도 용서하지 못함으로 결국엔 스스로 원만한 대인관계로부터 자신을 단절시키는 심각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둘째는 ‘rage’(격렬한 분노, 노함, 폭력사태)이다.

이것은 복수심의 뿌리이다.

당한 만큼 반드시 갚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와 열망을 뜻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남이 아니라 자신을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공멸로 이끄는 결과를 가져오고야 만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속담의 의미를 한 번 곱씹어보고 반면에 함께 승리한다는 서양의 격언 ‘Win - Win'이 내포하는 뜻도 비교하여 되짚어 보았으면 한다.

셋째는 ‘anger’(화, 성냄, 분풀이)이다.

두번째와 비슷한 경우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고 자기가 다 좌지우지하고 싶은데 자기 멋대로 되지 않을 때 심사가 파괴적으로 변화되는 것을 뜻한다.

어떤 이는 이를 ‘실패된 욕망’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성냄’은 자신을 불사른다는 것, 결국 자신을 파괴한다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화목한 인간관계를 이간질할 때는 이 ‘성냄’의 틈을 타는 게 가장 지름길이라고 하겠다.

넷째는 ‘brawling’(시끄러운, 소란스러운, 요란한 싸움)이다.

한 마디로 쉬지 않고 불평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 때문에 계속 불평을 하는 사람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마음의 평화까지 깨고 궁극적으로는 공동체 전체를 어지럽힌다.

‘시끄럽게 떠드는 것’의 반대는 ‘만족함’이라고 할 수 있다.

나태하게 현실에 안주하라는 말이 아니고 자족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라는 뜻이다.

그렇게 기쁨과 고마움의 습관이 형성되면 관계의 통로가 환하게 열릴 것이다.

다섯째는 ‘slander’(중상, 모략, 비방, 명예훼손)이다.

이것은 악의적인 험담으로 다른 사람을 의도적으로 짓밟는 것을 가리킨다.

사회생활에서 가장 위험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남을 험담하기 보다는 친절한 말, 일으켜세우는 말, 위로의 말, 칭찬과 사랑의 말로 서로 격려하고 용기와 소망을 주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요즈음처럼 발달된 매개체로 익명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으로서 그늘의 뒤에 숨어서 남을 헐뜯고 모략하는 일은 절대적으로 사라져야 할 일이다.

여섯째는 ‘malice’(악의, 적의, 범죄의사)이다.

이것은 미움에서 나온다.

궁극적으로는 열등하고 파괴적인 인간성을 말한다.

쓸 데 없는 미움은 한 마디로 백해무익하다.

이 ‘악의’의 반대말이 바로 ‘사랑’인 것이다.

앞에 제시된 다섯 가지에는 모두 ‘악의’가 담겨져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것들은 자신만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정도 파괴하고 소속된 집단과 사회를 차례로 파괴해 간다.

물론 여기 제시한 몇 가지의 조건이 충족되어졌다고 해서 복잡한 인간관계가 모두 좋아지고 사회의 제반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거라는 것은 아니다.

그냥 작은 문제라고 여길 수 있는 이런 것들부터 우리가 솔선수범하여 고치고 지향하며 새 해의 새롭게 펼쳐진 날들을 보며 나아가자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새로이 시작되는 이 한 해, 우리는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꽉 붙잡아매고서 이런 퇴보적이며 우중충한 언행에 물들어있는 헌 옷을 과감히 벗고 산뜻한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새롭게 된다는 것은 결코 어느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는 안 된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함께 노력하고 열심히 힘을 모아도 가능할지 말지이다.

그렇지만 많은 것들이 우리가 서로서로를 위해 풀어줌에 달려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에게 고난과 역경을 주었던 어제의 그 무가치한 기억에서 이제는 훌훌 벗어나야 한다.

우리를 이제껏 묶어두고 있던 어제의 헌 옷을 떨쳐버리고 불요불급한 기억으로부터 탈출하여 자유롭고 신선한 새 해의 공기를 마시며 미래지향적인 새 옷을 입는 ‘향기의 세계’가 우리에게 활짝 그 문을 열어주고 그 세계 속에서 진정 행복한 삶을 만끽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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