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북부소방서 임동119안전센터장 송재빈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너는 엄마에게 남편이었고 아들이었고 가장이었고 대들보였다. 내 아들아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해라. 모든 짐을 다 벗어던지고 나비처럼 날아서 좋은 세상으로 날아가라. 잘 가라 내 아들아, 잘 가라 내 아들.” 강릉 펜션사고로 사망한 A군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의 일부분이다.

1970년대 겨울이면 연탄가스 중독사고가 신문 사회면을 연일 장식했다. 일가족이 목숨을 잃거나 하숙집 학생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연탄을 집에 들여놓는 것은 겨울철 김장준비만큼 중요한 겨울나기 준비였다.

대학수능시험을 마치고 체험 학습에 나선 서울의 고3학생 10명이 강릉의 한 펜션에 투숙했다가 3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일산화탄소농도가 40% 이상이면 치사량으로 보는데 사망한 학생들 몸에서 48∼63%가량 검출되었다.

경찰은 펜션의 보일러에서 배출된 일산화탄소가 연통을 타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실내에 쌓인 것이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 보일러와 연통이 제대로 연결돼 있지 않았고 이음매에 내열실리콘도 바르지 않아 그 틈으로 치명적인 일산화탄소가 새어나와 사고가 난 것이다.

액화석유가스법상 보일러와 배기통 이음매는 반드시 내열실리콘으로 마감해야 한다. 문제는 가스공급업체들이 펜션보일러를 제대로 점검하는지 관리 감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캠핑 붐을 타고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관광지 펜션·민박이 급증하고 있다. 2014년 전남 담양의 펜션 바비큐장 폭발로 투숙객 4명이 숨졌고 그 이듬해엔 강화도 캠핑장 화재로 5명이 희생됐다. 무허가이거나 값싼 가연성 소재로 지어진 시설들이었다. 최근 낙동강변 텐트 안에서 부탄가스 온수매트를 켜났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펜션은 농어촌민박시설로 분류된다. 농가의 소득증대를 촉진한다는 취지에서 일반 숙박업과 달리 신고만으로도 영업이 가능하다. 농어민의 소득에 기여한다는 명분 아래 도리어 안전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 농어촌민박에 대한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가스누설경보기 등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

겨울철 텐트와 캠핑카 등 밀폐된 장소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한다. 일산화탄소(CO)무색·무취해 누출을 인지하기 쉽지 않다.

가스, 연탄 등을 사용할 때, 엔진이 작동하는 차안에서, 보일러를 작동할 때, 화재현장에서 은밀하게 다가와 목숨을 앗아가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특히 사람이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시면 혈액에 있는 헤모글로빈과 반응 산소의 운반 능력이 상실되어 저산소증을 일으키고 뇌와 심장 근육 등에 염증 반응을 일으켜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겨울철 야외에서 밀폐된 텐트나 캠핑카 등에 생활하며 난방기구를 사용하면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커진다. 공간이 협소한 곳에서는 자주 환기를 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보일러 가스 중독 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그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보일러 가스 사고는 1960~1970년대 연탄가스 중독과 같은 후진국형 사고이다. 우정여행을 떠난 고3학생들이 숙소에서 잠자다가 가스 중독으로 세상을 떠나는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

손님을 맞이하기 전에 전기가스시설을 한번만 제대로 살펴보고 가스누설경보기만 설치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 안전을 등한시하며 영리만 좇는 사업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나라가 많다.

우리도 도입을 고민해 봐야 한다. 소득 3만달러 시대에 이런 후진국형 참사가 연이어 터지니 어이가 없다.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해치는 일산화탄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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