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토지주택공사)가 고양시의 도시계획상 도시기반시설, 자족기능을 위한 용도 부지의 매각이 늦어지자 대규모 부지를 오피스텔 부지로 세분화하여 분할매각함으로써 관련 도시기반시설을 고양시가 모두 떠안게 되자 이재준 고양시장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도시기반시설의 용도변경은 택지지구 승인권한을 가진 국토부의 승인을 받아 합법적으로 이뤄지겠지만 LH가 당초 택지개발 승인을 받을 당시 도시기반시설로 받았으면 실천을 하지 않아 고양시 도시관리계획에 차질을 유발하는 것은 공기업이 아니라 이윤추구에만 급급한 사기업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고양시의 반발 이유다.
지난 12월 12일에 이어 이 시장은 수익성에 치중한 LH의 개발 행태를 비판하며 공공택지지구 주민을 위한 사회기반시설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LH는 삼송지구 내 자족기반 확충을 위한 도시지원시설용지 중 매각되지 않은 S1-2, S1-4블록에 대해 최근 오피스텔로의 용도 변경을 허용했다. 도시지원시설 유치가 여의치 않자 대규모 블록을 세분화한 후 오피스텔 건축이 가능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도시형 공장·벤처기업·연구소·공연장 등 자족시설이 들어서야 할 신도시의 요충 부지에는 엉뚱하게도 4,400여 세대의 주거용 오피스텔이 들어서게 됐다.
LH의 용도변경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원흥지구 이케아 부지는 당초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도시지원시설 용지였다. 유통판매시설 용도를 추가 허용해 사실상 판매시설로 매각해 버린 것이다.
LH 측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도시 활성화와 공급여건 개선을 통한 매각 활성화라는 공익적 취지의 용도 변경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합법성이 곧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반박에 나섰다.
그는 “한 도시의 계획은 최소 30년에서 50년 후를 내다보며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LH는 당장의 이익을 위해 후대를 위한 자족기반을 장날 저녁에 물건 떨이 처분하듯 헐값에 매각하고 있다. 도시의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부지매각에만 급급하다면 그것은 공익이 아니라 민간 토건업자와 다름없는 사익행위일 뿐”이라고 강력히 반발 했다.
또한 LH는 주거민에 대한 뚜렷한 기반시설 확충 대책 없이 토지 매각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당초 도시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대규모 인구 증가로 인해 교통난이 심화되고 공공시설 등 기반시설 부족으로 인근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어 시를 상대로 집단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피스텔과 복합쇼핑몰로 변경할 경우 매각이 늦어지는 용지를 처분하기 가장 좋은 방법으로 공공택지 용도변경의 명목은 도시 활성화지만, 속내는 빨리 매각하여 수익을 챙기겠다는 목적이라 할 수 있다.
관행처럼 처음에는 일단 자족시설 부지로 모양새를 갖춘 후 적극적으로 자족시설 유치를 하기 보다는 슬쩍 헐값에 매각해 버리면 자치단체는 이후 도시기반시설을 위해 국비, 도비 지원을 요청하고 자치단체 예산으로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용도변경은 택지지구 승인권한을 가진 국토부가 강행하는 현실이다. 공공이 앞장서서 베드타운의 고착화를 돕고 있는 셈이다.
LH는 대책 없는 공공택지 용도변경을 중단하고 그간 도시의 요충지를 헐값으로 매각하여 벌어들인 초과이익을 사회기반시설 등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향후 공공택지 준공을 협의해 올 때 지자체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권한을 행사하면 된다. LH측에 사회기반시설 확충 요구에 이어 공공택지 용도변경으로 자족기반 위한 용지가 4,400세대 주거단지로 전락시킨 국토부는 향후 고양시의 도시기반시설 시행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