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코자산신탁 인사팀 팀장 한민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이 마무리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신입사원 선발 규모를 예년 대비 크게 늘려, 향후 3년 간 예정하였던 2만 명에 최대 2만 명을 추가로 고용한다.

LG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연내 각 1만 명을, SK그룹도 8천5백여 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취업포탈 ‘잡코리아’는 500대 기업의 올 하반기 신입공채 인원을 2017년 대비 15.5% 증가한 2만 6345명으로 집계하여 발표하기도 하였다.

저성장 시대를 앞두고 우리 경제의 뚜렷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신입사원 채용 규모의 확대는 기업들에겐 사실 적잖은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문제 해결이라는 책임의식 하에 기업들이 적극 나서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은 분명 환영받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펴봐야 할 또 하나의 지표가 있다. 취업포탈 ‘사람인’은 2017년 말 약 650여개의 국내기업 조사 결과, 퇴사자 중 ‘입사 1년차’ 직원이 49%, ‘2년차’ 직원이 20.9%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 지표는 기업들이 ‘좋은’ 일자리의 생산에는 그다지 만족할 만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입사원 채용이 밑 빠진 독의 물 붓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 기업들은 ‘좋은’ 일자리의 제공에 보다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조직 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자, 신입사원 세대 포함)’의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특성이 이전 세대와는 너무나 극명히 구분되는 것이라서, 기업이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조직문화 갈등을 야기해 결국 조직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 기업들 역시 그 경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이들의 특성에 주목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조직 운영 패러다임의 변화를 서둘러야 한다.

우선 이들의 욕구에 주목해보자. 밀레니얼 세대는 ‘인정받음’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이들은 무작정 많은 보상보다 자신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받고 그 기회를 달성함으로써 인정받는 떳떳한 보상을 훨씬 더 선호한다.

어떤 기업은 이 특성에 주목하여,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이들만으로 구성된 TF를 조직하고, 실제 기업 전략과 연계된 어려운 미션을 과제로 제시한다. 그리고 미션 달성 시에는 그에 합당한 충분한 보상을 공개적으로 부여한다.

이 과정 속에서 신입사원들은 성과를 위해 자신들의 역량과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또한 조직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인정받고 있다는 자긍심으로 업무 몰입도와 열정은 극대화된다.

이들의 사고방식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합리성’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자신의 ‘성장’에 늘 집중한다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입사 후 실상 가장 빈번히 듣는 말은 ‘원래 그런 거야’ 또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해’이다.

이 같은 말들은 일의 이유, 방식 등에 대해 합리적인 이해를 원하는 이들에게 커다란 좌절을 안겨준다. 일의 보람과 가치 역시 찾을 수 없게 된다. 결국 이들은 시키는 대로만 일해야 하는 이곳에서 자신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고 확신하며, 조직을 서둘러 떠나게 된다. 어떤 기업은 이러한 특성에 주목하여 조직 내 언어문화를 변화시키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신입사원 입사와 함께 조직 내 금기어들을 정해 놓았다. ‘우리도 다 그래왔어’, ‘당연한 거야’, ‘원래 그래’, ‘하던 대로 해’ 등 비논리를 강요하는 말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누구라도 어길 시 강한 패널티가 주어진다.

비록 크지 않은 변화이지만 이로써 신입사원들은 자신이 이 일을 왜,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며, 나의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얻는다. 조직에 대한 로열티는 자연히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 외에도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과 이를 활용한 변화의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기업이 신입사원 채용을 통해 얻는 것은 비단 사회적 책임의 실천이라는 훈장 뿐만은 아니다.

기업은 이들의 독창적인 생각과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경험적 지식을 결합하여, 새로운 미래 에너지를 창출해 낼 수 있다. 그 힘은 실로 무궁무진 하다.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자. 그리고 이들을 위한 변화를 고민하자. 그것이 우리가 신입사원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줄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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