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과 지방 격차 더 벌어져

공급 물량 많아 미분양 위험도 가중

지방 활성화 위한 맞춤 보완책 필요

지방자치단체, 규제지역 해제 요청

준공 후 미분양 물량 갈수록 증가

정부선 투기 수요 몰릴까 고민 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뉴시스

(이진화 기자) 정부가 9·13부동산 대책을 내 놓은지 3개월이다. 당국의 고강도 규제 정책이 잇따르며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이른바 '미친 집값'은 하향 안정세를 돌아섰다. 그러나 대구와 대전, 광주 등 일부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부동산시장은 꽁꽁 얼어붙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9·13 대책으로 수요자의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지방 부동산시장이 더 얼어붙고 있다. 또 많은 공급 물량과 미분양 위험까지 가중되면서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9·13 대책에 대해 ‘반쩍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열된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잡았지만 지방에서는 미분양아파트가 쌓여가는 등 최악의 침체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지방 부동산 활성화를 위한 맞춤형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수도권의 집값을 잡기 위한 세금·대출·공급 등 총망라된 대책을 시행하면서 지방 부동산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동시에 시행하는 이른바 '양면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지자체들이 정부에 규제지역 해제 등을 요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규제지역을 해제할 경우 자칫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고 유지할 경우 지방 부동산 침체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지난 5일 지역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와 주거안정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청했다. 이는 지난 8월 해제 건의에 이은 두 번째 공식 요청이다.

부산시는 2016년 11월, 2017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7개 구·군(부산진구·동래구·남구·해운대구·연제구·수영구·기장군)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었고 이후 지난 8월 기장군(일광면 제외)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바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부산시 부동산 동향은 침체 및 안정화 단계에 있고 이미 조정대상지역 지정 사유가 해소됐다"며 "수도권에 비해 취약한 지역의 경제력과 경제구조를 고려해 주택시장 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위축된 부동산경기 활성화 및 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반드시 조정대상지역이 해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주택법 시행규칙은 지자체에서 규제지역 해제를 요청하면서 국토부가 40일 이내에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를 열어 해제 여부를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에 별다른 요청이 없더라도 국토부에서 규제지역 해제에 대한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시장상황 등 다양한 변수 등을 충분히 검토해 해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3개월 연속 줄었지만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오히려 늘었는데 이중 지방물량이 60%를 넘게 차지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02가구로 전월(6만596가구)보다 0.2% 줄었다. 지난 7월 6만3132가구 이후 3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지만 4개월 연속 6만 가구를 웃도는 수준이다.

전체 미분양 물량 중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5711가구로 전월(1만4946가구) 대비 5.1%(765가구) 증가했다. 수도권이 2565가구로 전월보다 1.6% 늘었다. 지방은 1만3146가구로 5.8% 증가했다. 충북과 전남에서 각각 415가구, 213가구 등이 급증해 지방 미분양 증가세를 주도했다.

규모별로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미분양은 전월(5603가구) 대비 2.3% 감소한 5476채로 집계됐고, 전용 85㎡ 이하는 전월(5만4993가구) 대비 0.1% 증가한 5만5026채로 나타났다.

지방 부동산시장은 집값 하락은 물론, 이미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상반기(7만9216가구)보다 2배가량 많은 14만6415가구가 하반기에 쏟아지면서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침체된 지방 부동산시장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맞춤형 전략과 지역경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지역 부동산시장을 견인했던 조선이나 자동차, 제조시설 등 산업 시장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지역경제가 위축되면서 지방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미분양 주택이 있는 주변 지역에 기업을 유치해 기업도시나 혁신도시개발 등에 나서면 일부가 해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최근 3~4년간 지방아파트 공급 과잉이 누적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며 "부동산은 지역경제와 맞물려있는 만큼 지역 경제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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