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형·공영형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급 수 늘려 갈 것

‘유치원 3법’ 조속 처리 촉구… 양질의 교육 받게 최선

공영형 유치원, 우선배려계층 밀집 지역 중심 추가 공모

폐원 예정 유치원 원아 등록할 곳 못 찾으면 적극 지원

그래픽=뉴시스

(이진화 기자) 사립유치원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와 갈등을 빚고 있는 교육당국이 국·공립유치원 확대라는 카드룰 꺼내 들고 본격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는 국·공립유치원을 내년 3월에 692개, 9월에 388개 학급 등 총 1080학급을 증설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국·공립유치원 유아 정원을 2만여 명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국·공립유치원 취원율도 최대 28%로 늘어나 한유총의 집단폐원 등 압박에 대응력을 높일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폐원으로 인한 학부모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공립유치원 비율 40% 조기 달성을 위해 국·공립유치원 확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학부모 요구를 반영해 서비스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유치원 3법’을 조속하게 처리해 달라며 "유치원 원아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유치원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질할 것을 다시 한 번 국민들께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내년 3월 문을 여는 692개 학급은 대부분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를 통해 이미 모집했지만, 일부는 내년 1~2월 현장모집할 예정이다. 폐원이나 원아모집을 보류한 유치원 수를 고려한 것이다. 2학기인 9월 개원하는 388개 학급은 7~8월에 현장모집한다.

내년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단설유치원은 총 321개 학급, 초등학교 공간을 활용한 병설유치원은 671개 학급 늘어난다. 사립유치원에 운영비를 지원하는 대신 공립 수준으로 공공성을 높이는 공영형 유치원은 22곳(88개 학급) 늘릴 예정이다. 폐원하는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공립화 하는 매입형 유치원은 서울에만 6곳(38개 학급) 설립된다.

지역별로는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이 낮은 지역부터 우선 신설한다. 구체적으로는 ▲경기 239개 학급 ▲서울 150개 학급 ▲경남 68개 학급 ▲경북 59개 학급 ▲인천 54개 학급 ▲충북 53개 학급 ▲부산 51개 학급 ▲울산 50개 학급 ▲전북 38개 학급 ▲충남 33개 학급 ▲광주 31개 학급 ▲대전 27개 학급 ▲제주 22개 학급 ▲세종 19개 학급 ▲강원 19개 학급 ▲전남 18개 학급 순이다.

강원과 전남은 원아 수가 많지 않아 신설 유치원 수가 적은 편이다. 광주 1곳(3개 학급), 강원 1곳(5개 학급)은 사립유치원에 운영비를 지원하는 공영형 유치원으로 내년 3월 개원한다.

예산과 교사인력 등 이번 국·공립유치원 확충 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과 교사 인력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교육부는 추가 증설학급을 적기에 확충하기 위한 교부금 예산은 내년 2월 확정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필요시 교육청의 예비비를 활용하기로 했다.

교사는 임용대기자와 기존 교원 재배치 등을 활용해 3월 중 먼저 배치한다. 관계부처와 교원 정원 증원 협의가 완료되면 교원을 선발해 9월에 신·증설 학급에 배치할 예정이다.

단설유치원도 추가 신설할 예정이다. 내년 1월 중앙투자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지역별 추진계획을 심사할 예정이다. 30여 개 단설유치원이 심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입형과 공영형 등 다양한 방식의 국·공립유치원 확충을 추진할 예정이다. 매입형 유치원 6곳이 모두 서울에서 신설된다. 3월 7학급 규모로 1곳, 9월 31학급 규모로 5곳이 문을 열 예정이다.

공영형 유치원은 우선배려계층이 밀집한 지역, 또는 우수 유치원을 중심으로 간다. 내년 상반기 중 20개 원 내외로 추가 공모할 계획이다.

현재 1~2개 학급 규모의 병설유치원을 3~4학급으로 늘리고, 원감과 행정 인력을 배치하면서 행정 효율성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내년 3월부터 학기 중 맞벌이 부부 자녀들에게 국공립유치원 돌봄시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교육부는 9시부터 오후 1~2시까지 교육과정을 듣는 원아 중 맞벌이·저소득층·한부모 등 돌봄이 꼭 필요한 경우 오후 돌봄 참여를 오후 5시까지 보장하기로 했다.

향후 희망자는 시도별 여건에 따라 방과후 과정을 확대할 방침이다다.

내년에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함께 기본 유치원 외에 아침과 저녁 돌봄 시간을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지 연구하기로 했다. 지금은 시도별로 아침 7~9시, 저녁 5~10시까지 제각각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 돌봄 운영 실태를 분석하기로 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아침·저녁 돌봄 이용률은 공립 9.3%, 사립 7.2%였다.

방학 중에는 돌봄이 꼭 필요한 유아는 수용하는 원칙을 세운다. 내년 여름방학부터 적용되며, 향후 시도 여건에 따라 희망자 중심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또한 방학 중 학부모들이 도시락을 싸줘야 한다는 부담이 상당한 만큼, 유치원별 여건과 학부모 의견을 반영해 직영·위탁급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유아의 통학 불편을 최소화하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국공립유치원 통학버스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통학거리가 긴 농어촌 지역과 단설유치원, 집단폐원과 모집보류 등 위기지역부터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보통교부금 유아교육비 항목 중 유치원 교육역량지원비를 190억원 증액해 시도교육청 예산으로 편성할 예정이다.

시도교육청별로 통학차량 수요를 반영한 지원계획을 수립·확정하고, 이르면 내년 3월부터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서울 등 일부지역은 9월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병설유치원은 규모를 늘리게 되면서 생기는 운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4학급 이상일 경우 행정직원을 추가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행정직 겸임수당은 관계부처 협의 후 도입할 계획이다.

4학급 이상 병설유치원은 올해 198개원인데, 원감 배치를 58.6%에서 90% 이상으로 확대해 전문화된 지원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일방적 폐원과 모집 보류현황에 대처해왔던 교육지원청별 현장지원단은 폐원 예정 유치원의 유아가 등록할 유치원을 찾지 못할 경우 해당 유아에 대한 공·사립 유치원을 적극 배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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