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미

당신은 나의 의미입니다.

내가 눈물 지을 제 당신은 꽃 되어
내 맘속에 다소곳이 피어나서는
나에게 기쁨을 뿌려주었습니다.

내가 절망할 제 당신은 새 되어
내 맘속에 날개짓해 들어와서는
나에게 생명을 심어주었습니다.

그 보드란 당신의 꽃잎이
그 따사한 당신의 깃털이
지친 내 영혼 어루만져 도닥여줄 때
나 다시금,
햇살은 이 아침에 희망 때문에
빛난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겨울 오면 당신은 추워 떨면서
꽃잎을 접고 싶을테지요.
날개를 쉬고 싶을테지요.

그래요, 이젠 당신,
내 맘속에 살며시 머물러
눈 감고 숨소리 듣고만 있으세요.

당신에게 기쁨이고 싶은
당신에게 생명이고 싶은
나는 당신의 의미입니다.

 

시의 창

예전 딸아이의 결혼에 즈음하여 축시로 주었던 시이다.

막상 ‘의미’라고 하는 광범위한 단어가 마음에 와닿는 바람에 무작정 시의 제목으로 정해놓고서는 시상이 떠오르지를 않아 무던히도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삶을 살아오면서 과연 나는 나를 제외한 누군가에게 얼마만큼 진실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사람다운 사람이라는 가치평가를 받아낼 수 있는 것일까?

아니 나 스스로가 나를 바라볼 때만이라도 만족할만 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할, 그렇게 의미를 부여해 줄 자신은 있는 걸까?

사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는 게 점점 무덤덤해진다는 걸 느낀다.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를수록, 피곤이 눈가에 어두운 그늘을 만들어갈수록, 나의 삶은 바스라질 것처럼 점점 더 건조해져가는 걸 느끼게 된다.

아주 슬픈 영화를 봐도 눈물이 나질 않고, 신나는 노래를 들어도 따라 부르고 싶지 않고, 맛있는 걸 봐도 별로 땡기지 않고, 좋아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왠지 심심하고, 재밌는 얘길 들어도 무슨 얘기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고, 기분이 나빠도 그 이유를 설명하기 귀찮아 그냥 포기하게 되고.

아무래도 이렇게 살다가는 남아 있는 삶에 아무런 가치를 깨닫지 못하게 될테고 무미건조한 채로 흘러가다가 결국 어떤 ‘의미’도 찾지 못하고 마감하게 될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그래서 정신을 다잡아 한 달 남은 한 해의 삶에 마침표를 달아주기로 한다.

이제부터는 대충대충 살던 어제의 버릇을 걷어내고 올 해의 마무리로 이렇게 살아보련다.

우선 작은 것을 얻든, 큰 것을 얻든 만족은 같게 가지고, 일상의 소박한 것들에서 많은 감사를 발견하련다.

누구 앞에서나 똑같이 겸손하고, 어디서나 머리를 낮춤으로써 내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하련다.

마음을 가난하게 하여 눈물이 많게 하고, 생각을 빛나게 하여 웃음이 많게 하련다.

기쁨이 있는 곳에 찾아가 함께 기뻐하기 보다, 슬픔이 있는 곳에 찾아가 같이 슬퍼하련다.

가능하면 남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 내가 상처를 입었을 때는 빨리 아물어 스스로 치유하련다.

예전에 나의 어리석음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었거나 손해를 끼친 일이 있다면, 얼른 깨달아 빨리 사과하고 용서받도록 하련다.

너무 많은 즐거움을 추구하기 보다는 하루 분량의 즐거움에도 만족하며, 인생의 참다운 꿈은 그 과정 중에 기쁨으로 있음을 깨달으련다.

떠나야 할 곳에서는 빨리 떠나고, 머물러야 할 자리에서는 영원히 아름다운 자취로 머물련다.

그리고 언제나 인내하련다.

그 인내는 잘못을 참고 그냥 지나가버리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깨달아 기다림이 기쁨 되는 인내이련다.

그리고 용기를 가지련다.

그 용기는 부끄러움과 부족함도 기꺼이 드러내고, 용서와 화해를 미루지 않는 용기이련다.

그리고 투명한 삶을 살련다.

그 투명은 왜곡이나 거짓이나 흐림이 없고, 무엇이 내 마음을 통과할 때 그대로 지나가는 투명이련다.

그 때 무엇인가가 덧붙어야 한다면, 그것은 사랑이나 이해나 감사나 희망의 감정이련다.

그리고 약속을 조심스럽게 하련다.

그 약속은 그 자리에서 섣부르게 결정하기 보다는 잠시 미루는 약속으로, 순간의 판단에 흔들리지 않는 약속이련다.

그리고 주기로 계획되어 있다면 더 많이 주련다.

그러나 그것이 남에게 짐이 되지 않고, 나에게는 교만이나 자랑이 되지 않게 하련다.

또한 음악을 즐겨 듣고 햇빛을 좋아하고, 꽃과 나뭇잎의 아름다움을 늘 감탄하며 시 지으련다.

또한 고향 친구들 만나기를 즐겨하고, 새로운 사람 만나 사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련다.

또한 누구의 말에나 귀 기울일 줄 알고, 지켜야 할 비밀은 끝까지 지켜내련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훌륭함을 배워 알고, 그 훌륭함의 핵심에 접근하련다.

또한 사람을 외모나 학력이나 출신으로 평가하지 않고, 그 사람의 참 가치와 진솔한 모습을 빨리 알아 손 잡으련다.

또한 피치 못할 이별이 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헤어진 사람의 좋은 점만 영원히 기억하고 있으련다.

그리고 시간을 아끼련다.

하루 해가 길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내 앞에 나타날 내일을 설렘으로 기다리련다.

그리고 나이가 더 들어 쇠약해질 때에도 삶을 허무나 고통이나 후회로 생각하지 않고, 나이 들면서 찾아오는 지혜와 너그러움과 인정을 좋아하련다.

그리고 삶을 잔잔하게 하련다.

간혹 폭풍이 몰려와도 쓰러지지 않고 고난을 통해 성숙하련다.

그래서 그 후에 오는 잔잔함에 새롭게 또 감사하고, 이전 보다 더 깊은 평안을 누리련다.

그리고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고, 햇살 좋은 날은 며칠쯤 그 계절을 우아하고 색다르게 느껴보련다.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안락한 가정의 기쁨을 늘 가슴에 품고, 이런 행복의 마음을 전할 기회를 자주 가지련다.

그리고 어떠한 기쁨도 슬픔이 있음으로 빛난다는 걸 잊지 않고, 항상 그 기쁨의 참다운 맛을 되새기며 살련다.

또한 건강하련다.

그러나 내 삶과 생각이 막연한 건강의 노예가 되게 하지는 않으련다.

또한 일 하는 동안에는 열정이 식지 않게 하고, 열정이 식어갈 때는 다음 사람에게 기꺼이 일을 넘겨주고 자리를 떠나련다.

또한 질서를 지키고 원칙과 기준이 확실하며 균형과 조화를 잃지 않으면서, 성공한 사람이기 보다는 소중한 사람으로 기억되련다.

그렇게 언제 어디서나 사랑만큼 쉬운 길은 없지만 사랑만큼 아름다운 길이 없다는 것을 알고, 늘 그 길을 택하련다.

그러므로 오늘이 아무리 고달프고 괴로운 일들로 발목을 잡는다 해도, 그 사슬에 매여 주눅드는 삶은 결코 살지 않으련다.

오늘이 나를 외면하고 자꾸만 멀리 달아나려 해도, 그 오늘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배워가련다.

어쩌면 우리가 사랑하고, 살아가는 이유가 이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누군가에 의해 내 마음이 움직일 때, 우리는 비로소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삶에서 서로의 ‘의미’가 되어져 마음을 움직이는 그 무엇, 감동!

과연 오늘 당신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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