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를 동원한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은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대법원이 결론을 내렸다. /뉴시스

(이진화 기자)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를 동원한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은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대법원이 결론을 내렸다. 이는 미쓰비시중공업의 책임을 물은 첫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29일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87)씨 등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피해자 1명당 1억~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유족이 소송을 진행한 경우 상속지분에 따라 일정 부분 감액이 이뤄져 전체 지급 금액은 1억208만~1억2000만원으로 산정됐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위자료청구권"이라며 "한·일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미쓰비시중공업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해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다"며 "신의성실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본 원심 판단을 인정했다.

양씨 등은 제국주의 일본의 노동력 조달 정책 기조가 한창이던 지난 1944년 5~6월 일본 나고야의 미쓰비시 항공기제작소 공장에서의 강제노역에 동원됐다. 당시 이들은 14~15세에 불과한 소녀들이었는데, 학교 등으로부터 '일본에 가면 일하면서 돈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일본으로 넘어가게 됐다고 한다.

1심은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소녀들은 학교에 보내주고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는 거짓말에 속아 고향을 떠나야 했고 일본에서 비인격적인 대우와 가혹한 강제노동에 시달려야 했다"며 미쓰비시중공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 양씨 등 원고들이 8000만~1억50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은 원고 승소 판단을 유지하면서 근로정신대와 군위안부 혼동에 따른 정신적 피해 부분을 비롯한 여러 사정을 고려해 미쓰비시가 양씨 등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줘야할 금액을 1억208만~1억2000만원으로 조정했다.

저작권자 © 서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