忍 冬

황 윤 현

아침에 내리던 눈은

산그늘에만 그 흔적을 남겼다

 

냉기 가득한 세찬 바람

비질하듯 낙엽을 쓸어가고

차량의 질주에 분해된

마른 낙엽의 잔해는

축제 끝난 색종이 마냥

도로 양 켠 배수로에 그득하다

 

가을은 그렇게 작별을 고했다

 

아팠던 가을...

 

멈춰버린 것 같던 시간은

어김없이 절기의 약속을 지키고

서설(瑞雪)로 겨울을 인사 시킨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지만

겨울의 두터운 외투 안주머니에는

봄의 씨앗을 담은 선물이 들어있다

 

기다린다

기다리자

조금만 더 인내하자

 

이 겨울이 지나가면

다시 서설(絮雪)로 인사하는

햇살 가득한 봄이 온다

 

세상 모든 것이 태동하는 봄에

묵은 상처 햇살에 아물어버릴 봄날에

꽃가루 날리듯 희망을 날리며

어린애 마냥 즐거워해보자

 

이제 막 시작된 겨울은

쓸쓸하지 않다

춥지도 않다

다만

봄의 기대로 성숙되어갈 뿐이다

 

한 겨울의 인내로

동백꽃 붉게 타오르듯

그렇게 피어나고야 말

찬란한 나의 봄날이여

 

 

약력

-대광고, 중앙대

-김천과학대 도시 디자인계열 교수

-홍익대 건축도시 대학원 강사

-MBC 일밤 러브하우스 구조전문가

-KBS 6시 내고향 백년가약프로젝트 건축디자이너

-2017 계간 문학시선 여름호 시부문 등단

-갈맷길 유네스코 등재 시비건립추진 실무단장

-대한민국 건축문화대상 2회 수상

-POSCO 강구조작품상 3회 수상

-KBS 외부 연기자상 수상

-저서/포스홈과 함께 짓는 스틸하우스

-논문/제3세계와 다국적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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