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게
가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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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1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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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삼의 초대시]

가을에게

 

너른 벌판이 어깨 이고 달려와

세월을 보는구나,

어제 간 밤에는

더욱 여물어서, 여물어만 가서

 

어찌하여 멀리 간 님의 영상은

그리움의 산에

메아리 되어, 바람이 되어

보듬으려 하는 겐지

 

서두르지 말아야 할 거룩한 이 업보

흥분되어지는 마음

아마 넌 차마 모르리

 

축복의 알맹이 꿰어

금빛으로 하늘 날려보내고

지그시 들여다보니 문득

고운 님의 젖이 흐르는 계절 문턱

울림으로 오더니

 

그렇지 !

아직은 너는 잘 모를 것이다,

가을 오는 그 이유....

 

시의 창

바야흐로 가을이다.

우리 금수강산을 상징하는 낭만과 감수성의 대표주자인 가을이 그 멋드러진 행보를 거듭한다.

장구한 역사의 이어짐 속에서 때로는 우리를 들뜨게 했고 혹은 눈물 찔끔거리게도 만들었던 그 가을이 올 해도 우리 곁에서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목하 가을이거늘 생각 더욱 깊어지는 계절이라 했던가 ?

아삼삼하니 잡다한 생각들의 향연으로 밤잠을 설치게 되는 이즈막이다.

그러고보니 어린이들은 물론이거니와 40대 이전의 젊은이들은 경험해보지 못했을 터수지만 우리네의 먼 추억 중에 지푸라기 축구공이라는 것이 있다.

탈곡을 하고 난 볏짚들을 꽉꽉 밟아서 좀 부드럽게 한 다음 다시 둘둘 말아서 동그랗게 뭉쳐서는 칡 따위로 엮어 공 대용으로 만들어 그걸 아픈 발 무릅쓰고 걷어차면서 해 저물도록 논바닥을 뛰어다녔던 그 시절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전쟁의 후유증으로 폐허가 된,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였던 우리 대한민국이 오늘날에 와서는 경제적으로는 물론 사회, 문화, 체육, 군사 등 전 분야에 걸쳐 강대국의 반열에 우뚝 서서 선진의 주도적 역할을 너끈히 감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대견스럽고 뿌듯하다.

이제는 세계의 어떤 나라도 우리나라를 극동에 붙어있는 작고 볼품없는 나라라고 함부로 깔보거나 절대 업신여기지 못한다.

아니 조금이라도 우리나라와 더 가까워지려고 애를 쓰면서 우리민족의 문화나 제도 등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들도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이며 거대한 열강의 틈바구니에 위치하고 있다는 지리적인 핸디캡은 부인할 수 없이 엄중한 사실이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우리의 저력이나 위대한 업적이 한층 더 엄청난 충격과 존경의 대상으로 지구촌의 모든 나라에게 각인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열악한 자원과 작은 땅덩어리, 역사적으로 수없이 시련으로 반복되어 온 외세의 침략과 서구 문명국가의 압력 등은 우리의 발전과 전진에 전혀 영향을 끼칠만한 문제가 못되었다.

밟으면 밟을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결속력으로 뭉쳐서 역경을 감내하고 이겨낸 우리 민족의 저력 앞에서는 존재했던 어떤 난관이나 시련도 결국 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온 국민들이 똘똘 뭉쳐서 허리띠 졸라매고 수십년의 고난의 여정 끝에 이룩한 대한민국의 풍요로운 모습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이다.

물론 아직도 모든 사람들이 풍성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아직도 빈부격차와 노인문제, 청년 실업문제 그리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소외된 이웃들의 기초 생존권 등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또 다른 어떤 개선된 상황이 달성된다고 해도 빛과 어둠은 영원히 존재하는 법이고 선과 악은 어디에서나 엄연하듯이 필요악으로 품고 가야 할 업보인 근본적인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른바 완벽한 평화와 행복만 넘쳐나는 유토피아의 세계는 인간들의 세상에서는 영원히 존재할 수는 없는 파라다이스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을 미루어 볼 때 다른 어느 나라에 비견해봐도 넉넉한 평점을 줄 만 하고 그렇기에 성공한 나라라고 자부할 수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자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이 가을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진정으로 행복한가 ?”

어떤 시인이 쓴 ‘인생’이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살아서는 작은 항아리 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죽어서는 작은 항아리를 채우지 못하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한계는 이렇다 치고 그렇다면 역사의 기적을 이룩한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 억만금을 벌어들인 세계적인 갑부, 떠그르르하게 세상에 이름을 날린 위인, 하늘 아래 두려울 것이 없는 권력자, 후세에까지 영원할 작품을 남긴 예술가....

그네들의 인생은 행복할 만한 조건이라는 제목의 뭐 다를 것이 더 좀 있으려나?

오래 전 호젓한 등산로에서 고슴도치 두 마리를 만난 적이 있다.

어쩌다가 길을 잃고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길에 까지 내려오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덩치로 미루어 둘의 관계는 영락없는 어미와 자식이었다.

꼼지락거리면서 부리나케 풀섶으로 도망을 치려고 하는데 앞서가던 사람이 장난삼아 지팡이로 툭툭 건드리자 온 몸의 가시를 세우면서도 딴에는 최선을 다해 도망을 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힘에 부치자 두 마리가 서로 가까이 다가서더니 꼭 붙는 것이었다.

아마도 본능적으로 체구를 크게 보이려고 하는 모양새인 듯 했다.

그리고는 꼼짝도 안하고 부들부들 떨면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작은 고슴도치는 그냥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가시를 곤두세우고 있는데 어미는 가시가 안달린 품으로 자식을 감싸면서 마치 올라타듯이 하고는 역시 등 쪽의 가시를 곧추세우는 것이었다.

한참 지나자 어미에게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자식이 꼼지락거리자 어미의 배 쪽에 여기저기 상처가 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선혈이 낭자해도 어미는 죽은 듯이 사람들만 바라보고 있었다.

급기야 얼른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나서서 길 옆으로 안보이도록 고슴도치를 천천히 안전하게 밀어냈던 적이 있다.

잠깐동안 바라본 미물이지만 숙연하게 만드는 모성애였다.

요는 이러한 사랑의 가치가 비단 자식에게만 극한되어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의 부와 국력은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 밑바탕이 되어 대대로 이어지면서 쌓아올려진 사랑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못 먹고 못 입어도 내 자식만은 잘 사는 나라에서 살게 하겠다는 집념과 노력, 비단 우리는 헐벗고 굶주려도 자식들이 배불리 먹을 내일을 생각만 하면 저절로 배가 불러온다는 희망과 꿈이 모두어져서 이룩한 역사가 바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인 것이다.

그런데 이 대한민국이 지금 병들어가고 있다.

어떻게 이룬 대한민국인데 지금 일부 염치없고 몰지각한 부류들에 의해서,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에 물든 집단에 의해서 시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그냥 두 눈 뜨고 남의 일처럼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단 말인가 ?

수많은 가을의 단상 중에 왜 하필이면 오늘 무겁고도 먼 애국과 민족의 문제를 화두로 삼게 되었는지 필자 스스로도 답답하고 야속하다.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전문적인 견해 또한 일천하기 짝이 없는 필자가 새삼스럽게 이 가을에 우리 대한민국의 속내를 읽고 싶어진 이유는 아마도 인생의 저녁 무렵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는 조급함과 웬지 모르게 엄습해오는 불안 때문인 것 같다.

허기사 올 가을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달아두고 싶다는 조금은 치기어린 자존심도 슬쩍 얹혀있기는 하다.

오늘 아침에도 가을이 흐르는 이유를 알고 싶어서, 물어보고 싶어서, 혹시 알게 될지 몰라서 사색의 산행길에 나섰다.

그런데 가을이 흐르는 길목으로 사람들이 분주했다.

좁은 오르막 길목마다 멈춰서기 일쑤였다.

지나치는 이의 숨결이 귓전을 스칠 지경이었다.

가을 새벽길은 전혀 적막하지 않았다.

삼삼오오 함께 걷는 이들의 조곤대는 말소리와 청량한 웃음소리가 숲을 뒤흔들었다.

애초에 새벽산 가을 흐르는 길에서 한적함을 바라지 말았어야 할 노릇이다.

사색은 숲이 아닌 곳에서 더 깊어질 요량이다.

대신 함께 걷는 이의 손을 잡아주고, 낯선 이들의 숨결을 즐기는 것이 정답일 듯 하였다.

아니면 숙연한 채 걸어도 좋을 것이다.

이 길에는 숲을 걷는 이들의 숨결만 있지 않은 까닭이다.

우리 대한민국을 다시 사랑해주는 가을의 숨결이 깃들어 살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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