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상주 국장

매년 10월, 11월엔 전국 지자체별로 축제와 각종행사로 해당 공무원들은 몸살을 앓는 시기다.

김천시도 예외가 아니다. 크고 작은 행사에 지자체장은 말할 나위도 없고 도, 시의원들도 행사참여에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1월 3일 김천 직지 문화공원에서 치른 ‘2018 사명대사길 걷기대회’는 한 지역 언론사가 주최/주관하고, 경상북도, 김천시, 김천시의회가 후원하는 행사였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김천시가 특정 언론사에 도비, 시비 5천만원의 예산을 배정해 치른 행사가 내용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미흡했다는 지적다.

우선 이 대회 중 어디에도 사명대사의 발자취를 찾아 볼 수 없다. 김천시에서 ‘사명대사길’이라고 표시한 이정표가 전부다.

또 다른 축제행사와 같이 선출직 국회의원, 시장, 시·도의원 외 지역 기관단체장의 인사말, 소개 등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 했다.

사명대사가 직지사에서 입적 하였고 주지로 있었으며, 임진왜란 때 전국 승병을 일으켜 전투에 참가해 왜적을 무찌르는 공을 세웠다는 얘기를 김천시장 외 선출직 의원 등의 인사말에서 잠시 거론되는 정도가 전부다.

걷기대회 신호가 울리고 사명대사길을 걷는 동안 어디 한곳도 사명대사의 흔적이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없었으며, 전국 어느 뒷동산 산책로와 다를 바 없다.

직지사의 많은 스님 어느 누구도 사명대사와 관련한 걷기대회에 얼굴을 비친 분이 없어 의아했다.

적어도 몇 분의 스님 혹은 전문 해설자가 동행하면서 걷는 중간 중간 시민과 정겹게 사명대사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다.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 또한 거의 모두가 사명대사에 대해선 관심 밖인 것처럼 보였고 500여m 전방에 기념품(목도리와 식권)을 받기위해 조금이라도 앞서 줄을 서기에 바빴다.

30~40분정도의 걷기는 금방 끝났고 다시 돌아온 행사장에는 점심을 타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출출함에 주먹밥과 어묵탕을 받아 삼삼오오 식사를 하는 중에 주변에서 식사가 형편없다는 불만의 소리도 들려왔다.

김천시 부곡동의 한 참가자 K씨는 “걷기행사가 너무 부실하고 점심은 ‘맛이 없음’에 한 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이어 “갑자기 사명대사가 머리에 떠올랐다”며 “사명대사님은 이런 밥도 한마디 불평 없이 드셨겠지? 그땐 퉁퉁 불은 어묵탕도 없었겠지?”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김천시 홍보가수의 노래가 울려 퍼졌고, 조금 뒤 김천시장, 기관 단체장 외 시청 관계자들은 자리를 떠났다.

일반 참가자 대부분은 경품 추첨에 혹시나 하는 기대로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행운을 기다리다 추첨이 끝나자 모두 자리를 뜨고 행사는 끝이 났다.

물론 이 대회가 꼭 사명대사의 여러 면면을 조명하고 기리는 데만 초점을 맞추라는 것은 아니다. 걷기대회니 만큼 맑고 쾌청한 가을 날씨에 시민의 건강을 증진시키는데도 일조할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 큰 예산을 들여 치르는 행사치고는 대회 타이틀에 걸맞은 내용이 부족하고 걷는 시간도 너무 짧다.

걷는 시간은 고작 30~40여분, 걷기대회란 말이 무색하고 사명대사의 흔적은 간곳없이 경품, 기념품을 타기위해 많은 참가자들이 자리를 지키는 이런 대회는 이제 그만 하는 게 어떨까?

꼭 걷기대회가 아니더라도 김천시가 정말 시민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실속 있는 대회를 직접 기획 한다면 김천시민은 물론 전국적으로 많은 인원이 스스로 맛있는 도시락들을 챙겨 참가하지 않을까? 김천시는 예산 또한 절감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천시는 11월 10일(토) 또 다른 걷기대회(김천부항면 전국 가족걷기대회)가 예정 돼있다.

이 걷기대회 또한 도비, 시비를 합쳐 1억여원을 특정 언론사에 지원해 하는 행사이다.

전국 가족 걷기대회니 만큼 모쪼록 김천시민은 물론 전국에서 많은 가족이 참가해 김천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좋은 행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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