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과 정규철 연구위원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국내경제 등의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진화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 2.7%보다 0.1%p 낮아진 수치다. 사실상 경기 둔화로 들어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6일 발표한 '2018년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각각 2.7%와 2.6%로 예측했다. 이 전망대로라면 우리 경제는 지난해 3%대 성장을 달성한 후 1년 만에 다시 2%대로 하락, 2년 연속 2%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경기를 위축시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 것은 투자 부진이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각각 성장률을 0.5%포인트씩 끌어내려 전반적으로 투자 위축이 성장률을 1%포인트 낮춘 것으로 조사됐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투자 부문에서 성장세가 급격히 하락했다. 설비와 건설투자 모두가 예상했던 것보다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며 "수출 성장세가 완만해지는 가운데 투자 역시 계속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전망을 하향 조정하게 한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이와 함께 올해 총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직전보다 0.1%포인트 상향한 3.3%로 제시했고 내년엔 올해보다 0.2%포인트 높은 3.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는 올해(2.8%)보다 0.4%포인트 낮은 2.4%다. 정부의 가계 소득 증대 관련 정책 효과가 부정적 영향을 다소 완충하고 있지만, 주가 등 자산가격 하락, 가계 부채 원리금 상환 등 영향으로 증가율이 둔화할 전망이다.

올해 총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4.2%로 직전 전망치(3.8%)보다 올랐다. 다만 내년 전망치는 이보다 낮은 3.7%다. 세계교역량 증가세가 둔화하고 반도체 등 특정 품목의 높은 수출 증가세도 점차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 7만명, 내년 10만명 내외로 예측됐다. 실업률은 올해와 내년 모두 지난해 수치 및 직전 전망치보다 소폭 오른 3.9%로 예측했다. 김 실장은 "4분기 취업자 수는 증가 또는 감소가 뚜렷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내년 1분기까지는 큰 폭의 증가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미국 금리 인상 과정에서 기초 여건이 견실하지 못한 일부 신흥국에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될 경우 세계 경제 성장세와 교역량 증가세가 예상을 밑돌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로 세계 교역량 증가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추가로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대내적으로는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자산가격이 급락하는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한계가구의 부채상환능력이 저하돼 우리 경제 성장세를 축소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