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무역분쟁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뉴시스

(송승화 기자) 미국이 중국 수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촉발된 미·중 간 무역분쟁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특히 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도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21일 해외경제포커스에 담은 '미국의 대(對)중 통상압력 강화 배경 및 전망'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는 만큼 글로벌 교역과 세계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경제지표 호조 등 양호한 경제여건으로 대중 통상압력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2000~2017년중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4배 확대되며 무역불균형이 심화된 게 중국의 불공정무역 관행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미국은 중국 수입품에 고강도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고 지난 7~9월중에도 약 250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외국인 투자제한 등 부적절한 관세와 비관세 장벽 철폐, 정부지원 중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이를 받아들이고 물러서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상당부분이 시진핑 정부의 발전 계획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3년 시진핑 집권 이후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경제통합지대로 형성하기 위한 '일대일로' 정책과 차세대 IT기술 분야 중심의 '중국제조 2025' 등 세계화 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가 주도의 강력한 정책 지원으로 지난 2016년 기준 중국의 R&D(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이미 미국 수준에 근접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GDP대비 R&D 지출비중을 2.5%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보고서는 "중국이 미국측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프리카와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재정 확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무역분쟁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완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으로 전세계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 세계 GDP가 장기적으로 0.1~0.4%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이 무역분쟁 충격을 줄이기 위해 가공무역 수출을 줄이는 대신 내수 중심의 성장 정책을 꾀할 경우 우리 수출에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대중 중간재 수출 비중은 전체 대중 수출의 약 79%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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