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약속’ 추진 또 다른 기회

진전된 비핵화 끌어낼 자신감 시사

트럼프 “사랑에 빠졌다” 진전 밝혀

종전선언 테이블 오를 가능성 높아

결국엔 제재도 자연스럽게 풀릴 듯

트럼프·김정은 또 만날 땐 성공 궤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6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이진화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7일로 예정된 4차 방북을 앞두고 "우리는 북한의 빠른 비핵화를 원하지만 시간게임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3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은 국무부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싱가프로에서 한 약속을 추진할 또 다른 기회를 얻기 위해 다시 (북한에)갈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해 북측과 협상을 통해 진전된 비핵화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에게 아름다운 편지를 썼다며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할 만큼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물밑에선 상당 수준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종전선언이나 다른 어떤 선언에 관한 협상의 진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고 전제하면서, "서로 더 잘 이해하고 더 깊은 계획과 진전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두 정상 간의 회담 추진 뿐 아니라 비핵화를 위한 통로를 건설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 2일 폼페이오 장관이 오는 7일 평양을 찾아 김 위원장과 만나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향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을 통해 교착국면에 있는 북한 비핵화 협상 타개를 위해 전력을 다하면서 '종전선언'을 카드로 테이블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와 함께 폼페이오 방북을 계기로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도 관심사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에 제재를 해제하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에 대해 "(대북경제제재 유지가) 비핵화 역량을 우리에게 제공하는데 핵심 전제조건이란 점은 변하지 않는다"며 "유엔안보리는 (제재)유지의 필요성에 대해 완전히 만장일치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제재를 언제 완화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 두 나라가 어떤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 두 나라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제재 유지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 (대북) 제재는 국제사회의 약속이며, 전 세계 어느 현안에 있어 이렇게 만장일치가 되는 사안을 찾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표현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사랑에 빠질 정도로 북한 핵문제 해결이 진전되고 있다면 경제제재 해제는 결국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가 지정한 품목을 제외한 모든 품목에 대해 북한과 거래를 어느 때보다 늘린 것으로 전해진다. 또 제재 품목 가운데 석탄이나 석유처럼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품목들에 대해 제재를 위반한 거래 사례가 갈수록 자주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도 유엔 안보리는 이를 크게 문제삼지 않고 있다. 미국이 제재 해제 불가를 되풀이 강조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4일 출발한 10·4선언 기념 방북단 비용을 북한에 지불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갈수록 허울뿐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비핵화 시간표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2021년 1월까지 비핵화를 이루겠다고 한 자신의 발언과 비핵화 시간표가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서로 배치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비핵화가)빨리 되기를 원하지만 그렇다고 시간 게임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밝힌 의견에 동조했다. 그는 "이것은 지난 수십년 간 이어진 장기적인 문제"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옳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이룬 것보다 더 큰 진전을 이룩했다"며 "중요한 것은 최종 목표 달성을 위한 기회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1년 1월초까지 비핵화 발언에 관해선 "그건 내가 한 말이 아니다.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두 지도자들이 한 말이다. 거기서 2021년에 대해 말했다. 따라서 나는 그들이 잠재적으로 합의하고자 준비한 시간표에 대해 단순히 상기시킨 것이었다"고 말했다.

북미관계는 북한이 주장하듯이 가장 큰 걸림돌이 신뢰 부족이다. 반세기 이상 덧쌓인 불신과 갈등이 하루 아침에 풀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북미는 양측이 모두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다. 왕래가 잦아지고 갈수록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2차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신뢰를 쌓으려는 양국의 노력이 성공 궤도에 오른다고 판단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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