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 아이

윤혜란

밤 사이 하늘의 슬픔이 대지를 적실 때

별처럼 하얀 감꽃 떨어져 내리던 날

구름은 떠오르는 햇살에 분산되고

동터오는 새벽녘 굶주림에 지친 아이

눈 비비고 일어나 덕지덕지 눈곱 핀 채

부스스 옷 꿰어 입고 어둠을 앞지르네

 

달큼한 입맛에 흠뻑 팔린 정신

물안개 짙은 새벽하늘 따라온 길

우물가에 우뚝 서 있는 감나무 아래

젖은 바닥에 감물 먹고 떨어진 꽃잎

작은 눈망울 속에 박혀오는 팝콘들 누가 볼세라

고사리 손에 쉴 새 없이 사라지는 감꽃

 

입 언저리 옷깃에 감물 연신 찍어대고

헛 배부름 풍만함에 떨떠름한 까끌 거림에도

시큼한 하얀 이 드러내며 연둣빛 초록 잎새

감꽃 진 자리 올망졸망 달려있는 떫은 감 떨어지길

감나무 아래서 감꽃이 되어가는 줄도 모르고

새벽을 줍는 아이 바람의 얼굴로 아침을 맞는다.

 

약력

전남 목포 출생

열린 동해문학 정회원

열린 동해문학 사색과 동인

열린 동해문학 작가

열린 동해문학 신인문학상 수상

열린 동해문학 최우수상 수상

열린 동해문학 작가상 수상

저서: ‘하늘 창가에 내린 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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